레인보우99의 여행프로젝트 네 번째,
낙산랜드 X 베헤리트와 오션그린호를 만난 봄의 양양
안녕하세요. 레인보우99입니다.
4월의 여행지는 양양입니다.
여행의 시작
이번 여행의 시작은 꽤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설명할 수 있어요. 시작은 이번 여행프로젝트의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는 2015년의 여행프로젝트 중, 9월 포항 여행에서 만난 ‘올리브’라는 공간입니다. 포항의 ‘올리브‘라는 공간은 RADIOHEAD와 음악을 사랑하는 뱃사람과 그 친구들의 아지트이자, 포항 여행 내내 제가 웃고 마시고 떠들고 녹음하고 잠들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왠지 계속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후로 ‘올리브’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서로 각자의 공간을 공유하며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이번 양양 여행은 바로 그 ‘올리브’(지금은 베토벤으로 바뀌었어요)의 주인이자 뱃사람, 설기혁 님의 ‘한 번 놀러와야지?’라는 한마디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침 설기혁 님이 지금 일하는 장소가 양양이었고, 그 곳에서 오션그린호와 낙산랜드 X 베헤리트를 만날 수 있었어요.
낙산랜드 X 베헤리트
우선 양양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를 보고 싶어 가장 가까운 바다인 낙산 해수욕장으로 향했는데요. 바로 그 곳에 버려진 낙산랜드와 베헤리트(일본 만화 베르세르크에 나오는 요물(?)이랄까요. 소유자가 그야말로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느낄 때 이에 공명하여 눈코입이 제 위치로 이동하여 피눈물을 흘리고, 그 뒤에 이계의 문이 열리며, 소유자에게 어떤 결정, ‘영혼을 팔아 능력을 얻을 것 인가?‘ 같은 결정을 하게 해요.)가 있었어요. 항상 버려진 공간은 제게 꽤 인상적인 기분을 남기는데요. 이번 장소(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일출로 127-42)는 그 중에서도 더 인상적인 공간이었어요. 베헤리트를 연상하게 하는 조형물들과 낙산랜드라는 이름과 뼈대만 남은 8각형 구조의 2층 건물, 그 안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고장난 물건들은 묘한 균형을 이루며,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어요. 매달 함께 여행해오고 있는 왕민철 다큐멘터리 감독님과 저는 장소를 둘러보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업을 준비했고,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즉흥성이 강한 작업 결과에 신기해했습니다.
오션그린호
오션그린호는 포항, 올리브에서의 인연으로 만난 친구이자 뱃사람인 설기혁 님의 배려로 탑승하게된 배의 이름입니다. 지금 설기혁 님은 바다에서 환경 폐기물을 인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다행히 본격적인 작업 전,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오션그린호에 탑승할 수 있었어요. 배에 오르기 전에는 4월에 바다에서 배를 타고 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긴장되고, 여러 생각이 교차해 조금은 걱정스러운 상태였는데, 막상 배에 올라서 끝없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마냥 아무 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그 마음 그대로 ‘오션그린호‘라는 곡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도 결국 사람과 함께하게 되고, 그렇게 쌓여진 인연들이 새로운 여행과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너무도 감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번 양양 여행은 그 과정이 가장 잘 보여진 여행이어서 더 즐거웠어요.
이번 여행도 함께 고생한 왕민철 다큐멘터리 감독님, 너무도 많은 배려와 좋은 시간들 함께해준 설기혁 님, 마지막으로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꼭 먹어야 한다며 라면과 커피를 대접해주시고, 최대한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오션그린호의 선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여행하기 정말 좋은 계절인 봄이 돌아왔어요. 어디라도 훌쩍 떠나보세요. 그래도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