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마음 지나가던 날
처음.
2017년 1월 2일. 설이가 세상을 떠났다. 16년 전 설날, 집으로 온 까맣고 작은 강아지. 정신없이 온 집안을 뛰어다니던 그 강아지의 이름은 그날부터 내게 '설'이로 불리게 되었다. 최근 1년간 노화와 심장병으로 인해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기를 반복하다 이날 새벽 따듯했던 몸이 차갑고 딱딱해졌다.
아침 10시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하필 여행을 가는 날이라니. 그래.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옆에 있을 수 있었으니까. 마음속으로는 진작 준비하고 있던 일. '자연스러운 거잖아. 하지만.. 이제 냄새를 맡을 수도 만질 수도 없고. 집으로 돌아오면 막연한 기분이겠지'.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생각이 귀를 막고 마음은 창밖으로 벗어났다.
태국에서 보름간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왼쪽 팔에 타투를 했다. 10년 전인가. 언젠가 타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결정해도 될 일인가 주저했지만. 나는 설이를 기억하고 다시 만지고 싶었다.
두 번째.
2018년 6월. 오른쪽 팔에 타투를 하나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바다, 섬 그런 것이면 좋겠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것. 파도, 그래 파도가 좋겠다. 언제든 오른팔을 보면 파도가 친다니. 근사한 일이다.
내겐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꿈이 있다. 바다 근처에 사는 것이다. 조금만 걸으면, 아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도 괜찮다. 창밖으로 보이지 않아도 집 근처에 바다가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아직은 바다 근처에 지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름, 난 12년간 만났던 사람과 헤어졌다.
함병선 (9z).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늦어질수록 혼자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여 음악으로 들려드린다는 것이 거대하게 느껴져 주저하다 이제야 용기를 내봅니다. 저의 음악은 굳이(9z) 기억해내지 않아도 어딘가에 남아 저를 자라게 했던 순간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계속 자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2019년 1월. 지난 마음 지나가던 날.
이유가 중요한가요.
글 - 함병선 (9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