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한나 & 산토오로(Kiel Hanna & Santo Oro) [LOVE POEM]
Amore, Amore, Amore 사랑, 사랑, 사랑 ... 음반을 틀자마자 교묘하게 이색적인 한국적 멜로디와 함께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반복적으로 부르는 ‘사랑’이라는 이탈리아어 단어 ‘아모레 ’가 우리의 귀를 감싸 안는다. 마치 포옹하는 것처럼 포개지는 두 사람의 ‘아모레’. ‘사랑’이라는 정신적인 뜻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이라는 뜻도 갖고 있는 이탈리아어 ‘아모레’를 음반의 도입부에서 애타게 부르는 데서 이 앨범이 갈구하는 주제를 느끼게 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작곡한 이탈리아의 명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엔테가 작곡한 1994년 히트곡의 인트로 부분만을 사용해서 길한나가 만든 새 앨범의 주제가 바로 '아모레'...사랑임을 선포하고 있는 짧지만 강렬한 장면이다.
오페라로부터 가스펠, 크로스오버 그리고 재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전방위 가수인 길한나는 이번 앨범에서는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보컬 파트너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이탈리아 싱어 송라이터 산토 오로를 선택해 함께 첫 곡부터 끝곡까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곡들은 모두 따로 떨어져 녹음되었지만 마치 메들리처럼 들릴 정도로 흐름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두 유러피언이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길한나가 부르는 다양한 노래는 언어의 장벽 같은 부자연스러움이란 전혀 없고 좋은 발음과 매우 세련된 언어 감각으로 노래를 소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오랜 시간 이탈리아 등지에서 유학하고 활동하며 갈고 닦아 체화된 국제적인 언어 감각이 자연스럽게 노래에서 발산되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가수들이 따라오기 힘든 길한나만의 장점이다.
로시의 곡 "E se domani (만약 내일)"는 이탈리아인들 뿐만 아니라 핀란드, 스웨덴 같은 북구 유럽인들도 정말 좋아하는 1964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발표된 곡이다. ‘만약 내일 당신을 볼 수 없다면 그건 당신을 잃는 것이 아니라 전 우주를 잃는 것과 같다’며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는 곡이다. 길한나의 호소력있는 가창에 이어 이탈리아 싱어 송 라이터 산토 오로의 리듬감있는 뒷받침이 부드럽게 이탈리아 칸초네를 재즈바에서 듣는 것 같은 감각으로 듣게 해준다. "Desafinado" '음정이 맞지 않는'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데사피나도'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1958년 자신의 재즈와 삼바를 혼합한 보사노바를 비판하던 평론가들과 예술가들에 대한 반박과 항의가 유머러스하게 담긴 음악으로 길한나는 이번엔 브라질 여자같이 태양을 머금은 듯한, 비음을 담은 요염한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나긋나긋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Puisque vous partez en voyage" 당신이 여행을 떠나기에 1935년 미레이유에 의해서 만들어진 오래된 샹송이며 2000년 하디와 뒤트롱 부부에 의해 재해석 되어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를 얻은 이 곡에 길한나와 산토 오로는 또 한번 새로운 감각을 입혔다. 15일간 떠나게 된 남자와 기차역에 배웅나오게 된 여자 사이에 오가는 사랑의 대화가 유머러스하게 담겨있어 들으면서 미소를 짓게 하면서 동시에 사랑의 감정속에 푹 빠져들게 길한나는 파리지안느 코케트가 되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I te vurria vasa", '너에게 입맞추리’는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프랑코 코렐리 그리고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불렀을 정도로 이탈리아 남성 성악가들이 즐겨 불렀던 명 칸초네다. ‘오 솔레 미오’를 작곡한 디 카푸아가 작곡한 이 곡은 ‘산들바람이 불어 장미내음을 풍길 때 잠들어있는 사랑스런 당신에게 입맞춤하고 싶다’라며 이탈리아 남자의 내밀하면서도 로맨틱한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길한나가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프로페셔널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고를 수 있었던 멋진 레퍼터리가 아니었나 싶다.
"Samba in preludio" 전주곡의 삼바는 1962년 파웰과 모라에스가 작곡한 곡으로 전 세계 다양한 가수들에 의해서 불려지는 명곡의 반열에 오른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브라질의 토퀴뉴, 모라에스와 이탈리아 여가수 바노이가 함께한 음반 버전인 이탈리아어로 부르고 있다. 산토 오로의 독백과 길한나의 보사노바풍의 노래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잠시도 떨어져있을 수 없는 서로의 감정을 진실하고도 진지하게 불러내고 있는데 역시 보사노바 리듬이 깔리기 때문에 브라질적인 낙천성이랄까 흥겨움이 진지함을 받쳐주고 있다. "Questione di feeling" 감정의 문제 ‘아모레’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한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곡인 ‘감정의 문제’는 1985년 작품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얻은 미나와 코치안테의 또 다른 명곡이다. 우리가 함께 부르는 이 멜로디는 영혼의 표현이며 억압되지 않은 감정과 느낌의 문제일 뿐이라는 음악에 관한 시적인 내용을 세 번의 ‘아~하~하~’ 외침과 함께 강조하고 있다.
"La vie en rose" 장밋빛 인생 에디트 피아프가 1945년에 부른 개성넘치는 애절한 곡으로 그녀의 시그니처 송인 이 유명한 곡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그가 나를 품에 안고 속삭일 때 내 인생은 장밋빛이 되고 그를 보기만 해도 내 심장은 고동치며 행복해진다’는 내용을 두 사람은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불러내고 있다. "Tu si na cosa grande", '당신은 나의 전부’는 도메니코 모두뇨가 196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후 수많은 이탈리아의 젊은 가수들이 부른 나폴리풍의 칸초네다. 당신은 나의 모든 것, 제발 당신의 마음도 나와 같다고 나를 사랑한다고 단 한번만이라도 말해달라고 두 사람은 애절하게 울부짓는다. 길한나의 이탈리아 생활의 흔적이 느껴지는 흔치 않은 선곡이다. "Tombe la neige" 눈이 내리네 살바토레 아다모가 1963년에 프랑스어로 불러 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누린 곡으로 국제적으로 다양한 언어 버전으로 발표된 곡이다. 오기로 약속한 연인은 오지 않고 오로지 흰 눈만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고 외로움과 슬픔을 토로하는 곡이다. 산토 오로의 아버지가 아다모와 함께 활동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많은 음악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캐논(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가 즐겁다.
"Parole, parole" 그저 말로만 빠롤레, 빠롤레, 빠롤레라고 멀리서 부르는 달리다의 노래와 알랭 들롱의 굵직하고 낮은 음성이 기가막히게 조화를 이루는 공전의 히트곡 ‘빠롤레 빠롤레’ 하지만 오리지널은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 1972년 TV 버라이어티 쇼에서 미나와 루포가 불러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진지한 노래와는 달리 카라멜, 봉봉(사탕) 그리고 쇼콜라(초컬릿) 같이 남자의 입에 발린 칭찬, 거짓 사랑의 달콤한 속삭임에 대해 질려버린 여자의 푸념섞인 노래로 이미 그들의 사랑이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재미나고 위트 넘치는 유머러스한 가사의 노래다. 미나와 루포, 달리다와 알랭 들롱 못지않게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부르는 길한나와 산토 오로의 듀엣은 매우 재미있고 호흡이 척척 들어맞으며 개성넘치는 버전을 만들어냈다. "Garota de Ipanema" 이파네마의 아가씨 'The Girl from Ipanema'라는 영어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이파네마에서 온 여인’ 이 곡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1962년에 작곡한 곡으로 곡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보사노바 곡이다. 이파네마 해변의 단골카페에서 옐로라는 이름의 한 아가씨를 본 조빔과 모랄레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영감을 얻어 그 다음다움을 감상적으로 표현한 곡 아름다운 이파네마 해변을 더욱 더 유명하게 만든 곡이기도 한데 조앙 질베르투, 스탄 게츠, 아스트루드 질베르투 등이 영어로도 불러 전세계적으로 더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두 사람은 포르투갈어로도 거침없이 이 곡을 소화해내고 있으며 산토 오로가 피날레 부분에서 브라질의 거리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테크닉을 발휘해 주어 더욱 즐겁다.
이번 앨범은 마치 길한나, 산토 오로 두 사람의 사랑 노래가 메들리처럼 이어지면서 우리를 한 달음에 편안하게 레퍼터리를 감상하도록 이끌어준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유럽 언어를 유러피언처럼 소화해내는 길한나의 국제적 감각과 스케일, 독보적인 개성을 재즈적 감성의 산토 오로의 편안한 보컬과 감각적인 피아노 플레이 위에 실어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폭넓은 문화를 즐기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