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N (앤든) [우리는 왜 그의 절망을 알지 못했을까?]
이 이야기에는 나와 그 그리고 파도가 등장한다.
나는 새하얀 백사장 위에 그림을 그리는 그를 보았고, 그의 그림은 너무나도 거대해 무엇을 그리는지 알 수 없었다.
왜 저기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무엇을 그리는 걸까? 그가 원하는 세상을 그리는 걸까? 생각에 잠길 즈음 완성되지 못한 그의 그림은 파도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왜 파도는 그의 그림을 무참히 지워 버렸을까? 별일 아니라는 듯 고요해 보이기만 한 파도는 자연의 이치대로 움직였을 뿐일 수도,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있긴 한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파도는 또다시 그림을 지우길 수차례 반복했다. 점차 그의 얼굴엔 절망이 드리워 갔다.
나는 그저 이 상황을 멀리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느새 그는 밀려오는 파도에 잠겨 있었고, 이내 그는 사라져 버렸다.
'왜 나는 그의 그림을 알 수 없었을까?’
‘왜 나는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왜 나는 그의 절망을 알지 못했을까?’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다수(파도)라는 그늘에 가린 이들이 근거 없는 이유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처를 주며, 타협하지 않는 행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파도와 군중심리의 울타리 안에 숨어 그저 바라만 보았던 나의 행동을 그들과 같이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정당화할 순 없었다.
길고 외로운 혼자만의 그림을 그렸을, 이젠 온기와 흔적조차 옅어져 갈 그의 절망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아- 파도 소리에 그의 울음소리가 잊혀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