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계가 가다 서다 제자리를 맴돈다. 무거운 초침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제자리를 헛도는 것이다. 문득 내 모습이 이 시계 추와 같다고 생각했다. 지나온 시간과 사랑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모두 안은 채 과거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작업하면서 고장 난 것만 같았던 우리의 시간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EP [ANDN]에선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일들을 동경, 그리움, 절규 등의 감정선을 통해 현재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지난 추억을 향수하는 감상을 넘어 진행형으로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
EP [From.]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이야기는 EP [ANDN]으로 귀결된다. 여러 대상을 통해 우리의 사랑을 투영시켰고 모든 트랙은 다양한 요소를 통해 분기점을 가지며, 반복과 대비를 통해 우리의 문체를 더욱 짙게 했다. 우리는 사랑의 완성을 꿈꾸며 끝을 모르는 밤을 조금 더 견뎌 보기로 한다.
1. 내겐 너무 무거운 그녀
수많은 매력을 가진 그녀는 너무 무거워!
2. 그대의 긴 밤을 지키어주리 (Keep you close)
지친 하루의 끝, 유난히 고요하고 긴 밤이었다. 그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아 편지 속 정리되지 않은 글들은 결국 길을 잃었다.
끝내 전하지 못한 수많은 안부를 모아 그대의 긴 밤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짙은 어둠 속에 새겨두었습니다.
3. This is how I lose her
우리의 철없던 어린 사랑에게 바치는 헌정곡
4. 산문 / 나의 이름을 part.2
모든 문장의 끝맺음에 마침표가 있듯이 우리 이름과 시간의 끝에도 어떠한 흔적이 있을 것이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사연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듯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 별들이 앞서 걸어간 이들의 마침표라고 생각했다. 우리 또한 수많은 마침표를 향해 걷는다. 지금은 점처럼 보이는 작은 우리의 마침표가 거대해 한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가까이 섰을 때 나긋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5. Where are we now?
‘나의 진심이 상대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가면을 쓴 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배려라는 얄팍한 속임수에 자신을 가린 채 거짓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우린 우리 본연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고 여과 없이 드러낼 때 비로소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