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비드라이버 X 이혜지 [사랑, 끝이 없네]
얼마 전 빅베이비드라이버가 선사한 [사랑]이라는 세계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것들에 감탄하며 정취를 음미하다가 또 다른 문을 발견했다.
청자들은 이 비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다른 문’을 열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랑]과 연결되어 있는, [사랑]과 상호작용하는,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세계― [사랑, 끝이 없네]다.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새 앨범 [사랑, 끝이 없네]는 3집 [사랑]의 연장선에 놓여있음과 동시에 그 자체로 매력적인 기승전결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의 세계’다. 세심하게 배치된 다섯 곡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귀를 강렬하게 사로잡는 이혜지의 첼로 연주와 소곤소곤 차분한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가사가 1차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에 청자가 각자의 심상을 덧입힐 수 있게 하는 풍성한 감정선이 펼쳐진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악기의 편성과 보컬의 조화는 빅베이비드라이버가 구축한 [사랑, 끝이 없네] 세계의 존재감을 공고히 한다.
[사랑]의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랑, 끝이 없네]를 만날 수도 있지만 [사랑, 끝이 없네]를 먼저 만나도 무리가 없다. 당신이 어떤 경로를 택하든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사랑 유니버스’는 상냥하게 당신을 맞을 테니까.
“올 듯 말 듯한 비는 가고 상쾌한 저녁만 남은” 지금 이 계절, “자꾸만 돌아보게 되던 내 작은 마음”을 찬찬히 헤아리고 싶은 순간의 좋은 짝꿍으로 [사랑, 끝이 없네]를 감히 추천한다.
-2020년 8월 이세미 (재미공작소 공동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