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지' [3]
이 음악을 어떤 범주에 넣기는 쉽지 않다.
포크 같기도 하고 재즈 같기도 하고 블루스 같기도 하다.
어딘가 우울한 느낌이 있지만, 반대로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산들바람 같기도 하다.
말할 때 이혜지의 목소리는 앳되고 귀엽게 들리지만 노래를 시작하면 멋지게 달라진다.
가수가 자기 목소리를 갖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어떤 사람들은 한영애의 목소리를 닮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Macy Gray 같고 또 어떤 때는 노라 존스나 Lucinda Williams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그런 목소리를 갖게 되었는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이혜지는 사랑이나 실망과 후회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시간과 장소에 대한 단어들로 옮겨서 부르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 좋게 밤거리를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나간 기억들은 생생하지만 산책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랑, 빅베이비드라이버, 우주히피, 곽푸른하늘, 시와, 이아립, 최고은 등 많은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에서
특색있고 다재다능한 연주자로 활동한 이혜지의 피아노와 첼로 연주는 더 없이 편안한 즐거움을 준다.
겨우 몇 곡을 녹음했을 뿐이지만 오랜 시간 무대에서 연주하며 준비해온 사람의 솜씨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일이 기대된다.
지금은 포크와 스윙의 리듬감으로 가득한 이 앨범의 기분 좋은 흔들의자 같은 느낌을 즐기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다릴 뿐이다.
글 / 정승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