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싱어송라이터가 부르는 복고풍 댄스 트로트?
지난 6월 말 디지털 싱글 “사랑”으로 돌아왔던 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가 이번엔 엉뚱한 노래를 가져왔다. 파워 숄더 자켓과 스팽글 의상을 입고 춤이라도 춰야할 것 같은 이 노래의 정체는 뭘까? 복고풍의 댄스팝? 디스코? 트로트? 빅베이비드라이버와 함께 연상되는 키워드인, 어쿠스틱 기타, 차분한 목소리, 포크, 인디팝과 같은 단어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어렸을 때 한 번은 읽어봤을 안데르센의 “완두콩 위에서 잔 공주”라는 동화를 기억하는지? 스무 장의 요, 그리고 다시 스무 장의 깃털 요 아래 깔린 완두콩 한 알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 공주의 이야기는 그게 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호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열두 겹 이불 아래 완두콩” 역시 이상한 중독성이 있다.
촌스럽고 정겨운 디스코 탐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트로트풍의 신디사이저 리프, 80년대식 스트링과 린(Lynn) 드럼 사운드, 신스 베이스 등 과거의 어떤 순간과 감성을 불러오는 전형성으로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능청스러운 사운드와 달리 순진하고 낙천적인 가사와 어설픈 트로트 창법 역시 살짝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감상보다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춤이라도 추며 노래를 따라가는 게 더 어울린다. 춤은 막춤이 좋겠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따라가면 문득 입가엔 빙그레 웃음이 번지고, 마음은 살며시 가벼워져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열두 겹 이불 아래 완두콩”은 감상용 음악이 아닌 것 같다. 클럽 플로어를 울리기에는 엣지가 떨어지고, 고속버스나 콜라텍에서 흥겨움을 돋구기엔 뻔뻔함이 살짝 모자라지만, 안전하게! 내 방구석에서 은근슬쩍 몸을 흔들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지난 싱글 “사랑”에서 다정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노래를 더욱 따뜻하게 해줬던 봄로야가 이번에는 반짝이는 재치 만점 커버로 함께 했다. 검푸른 망망대해에서 느긋하게 완두콩을 낚는 고양이처럼 여러분도 잠시 “열두 겹 이불 아래 완두콩”의 무념무상 리듬에 몸을 맡겨 보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