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픔' [그 계절]
봄이었다. 계절을 헤아리면 눈물뿐인 날들은 언제나 봄이었던 것 같다. 아니, 한겨울도, 가을도, 꽃의 곁에선 봄이 되고 말았다. 사실 다 겪지 않았는가, 그 계절을. 부는 향기가 바람의 것인지, 그/그녀의 것인지 알 수 없던 날. 향기의 출처를 따라 바람에 기대다 보면 봄꽃이 주는 몽중(夢中)인지 사람이 주는 매료인지 밝히지도 못하고 오히려 취해 방황하던 낮의 입술들, 아무 말도 못하는 침묵의 어간(語幹)이 더 완벽한 대화가 되던 그 밤들의 향연. 특효약인가 힘껏 들이키자 어지럼증은 시작되었고, ‘신체 이곳저곳 산뜻해지나 맛보면 감각을 느낄 수 없고, 심장이 멎게 된다.’는 주의사항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환각과 함께 때 이른 끝이 와버리던 그 독성(毒性), 젊은 날의 계절, 말이다.
사실 그 계절은 세상에 없다. 이 세상에 없는, 그러나 모두가 지나 온, 그 끔찍한 ‘계절’을 박제하는 괴로운 일을 인디밴드 '달픔' 이 용기 있게도 해냈다. 재즈인가? 클래식인가? 기묘한 연주를 듣고 갸웃거리다 보면 가요감성까지 품은 가사가 흘러나온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음악의 결들은 달콤하다는 건지 슬프다는 건지 헷갈리는 밴드의 이름, '달픔' 과 닮았다. 게다가 지향하는 장르가 뭐냐 물으니, 모른단다. 장르규정이 없을 뿐더러, 표현하는 주제에 따라 무한히 궤도를 넘고 싶다고 리더 '최동국' 은 말한다. 그래 하긴 언제 그 계절의 사랑에는 장르가 있었는가. 멜로는 이내 드라마가 되고, 코믹터치가 들어가 신파가 되더니, 급기야 호러와 스릴러가 되었다가, 모노드라마로 끝나버리던 그 지루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들. 계속해서 하고픈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 형식을 정하지 않았다는 '달픔' 은 무형식이라는 실은 가장 정확한 형식을 갖춰둔 듯하다. 형식과 규정을 잃고 마는, 사랑에 가장 어울리는.
이번 싱글 [그 계절] 발매 뒤에는 벌써부터 두 편의 후속이 예고되어 있다. 바로 두 번째 싱글 [나, 너, 우리의], 세 번째 싱글인 [끝나버린 춤]. 연이어 발매될 싱글 네임이 이어지면 [그 계절 나, 너, 우리의 끝나버린 춤] 이다. 이 예고된 이야기들의 끝은 사랑의 극복일지, 사랑을 잃고 더욱 미쳐가는 잔혹한 무도(舞蹈)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 겨울, 봄을 기다리듯, 사랑도, '달픔' 의 음악도 기다려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