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결핍의 시대에서 가죽 밖으로 손을 뻗으려는 현대인들의 밴드, 'The CORK'
모던하고 잔잔한 연주, 미성의 보컬, 이런 것들이 코르크의 음악을 들을 때 제일 일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코르크의 첫 싱글부터 12번째 싱글인 본곡까지 코르크의 주된 감성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유대감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보여진다. 비단 무슨 말을 하든 잠든 연인에게는 닿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는 곡의 화자가 부르는 노래 뿐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채롭고 화려한 연주로 청취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량이 분명히 있음에도 철저한 미니멀리즘 예술관에 입각하여 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리더 천장희의 음악세계 자체가 그렇다.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든 연인의 뺨을 쓰다듬는 목소리는 얼핏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하지만 당신은 아침, 즉 태양빛이 개인주의와 가장 깊은 비밀마저 파괴하고 폭로해버리는 시간에는 당신의 연인이 '이미 목소리가 닿지 않는 상대'로 변해버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한 침대에서 살갗과 살갗을 마주대고 있어도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슬픔조차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감성의 마지막에, 명랑과 울증이 뒤섞인 현대 락의 기타솔로와 마침내 침묵의 표면 밖으로 기어나온 베이스의 성대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울린다. 마치 처음으로 '대화'를 하는 듯이 말이다.
-작가 임명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