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X406호 프로젝트 [초여름]
멋모르고 상경한 스무 살 때. 정신없이 지나간 봄은 화려했지만 슬펐고 여름의 시작은 차분했지만 축축한 그리움을 몰고 왔다.
더 이상 나눌게 없어서 꿈까지 나누고자 했던 그와 나는 장소와 시간을 정해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도시는 거대한 흐름으로 우릴 몰고 나아갔다.
생각해보면 지금 나는 누구일까. 수많은 지분을 당신들에게 빚지고 흉내내오며 감추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내가 슬쩍 흘리고 가기도 하는 그런 느슨한 집합체가 아닐까.
인간 관계에서의 모방을 주제로 하던 홍상수 영화을 보면서 키득대던 우리. 그 땐 서로를 모방했었고 또 그 후로도 수많은 ‘나’를 바꾸고 만들어가며 이제는 그 때의 너와 나는 어디에도 없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