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의 밤 [싫어]
이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불식간에 일방적으로 통보 받고 괴로워하는 이별, 어느 정도 서로 느끼고 있다가 누가 먼저 말할지 눈치를 보고 있는 이별, 그리고 이별이라는 단어에 걸맞지 않게 서로의 관계를 편하게 지속시키는 편안한 이별.
그러한 이별의 카테고리에서 이번에 서교동의 밤이 꺼내든 이야기는 처절하게 끝내고 싶은 사랑의 이야기이다. 한 마디도 더 이상 섞고 싶지 않은 감정의 끝을 경험한 사랑, 그녀에게는 그의 목소리도 눈빛도, 그가 좋아하는 색깔도 이제는 견디기 힘들다. 미쳐버릴 정도로.
[싫어]는 서교동의 밤이 새롭게 선보이는, 힙스터들이 좋아할 스타일의 RnB곡이다. 담담하고 무거운 마음을 담은 레이백(Lay Back) 드럼 비트 위에 질려버린 사랑을 벗어버리고 싶은 그녀의 울부짖음을 말하듯 다양한 보이스 이펙터가 사용되었다. 그녀의 울림이 더욱 울릴 수 있도록 각각의 악기들은 겹겹이 층을 이루어 입체적 공간을 울려댄다. 신인 뮤지션 희원의 목소리는 악기의 빈 공간을 메꿔주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이끌어 간다. 얼핏 들으면 탁하고 거친 듯한 목소리는 후렴을 부를 때에 시원하고 자유롭게 내뱉는 창법으로 완전히 변화한다. 이별을 준비하고 드디어 벗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녹여 놓은 듯하다. 희원의 표현법은 서교동의 밤이 왜 그녀의 목소리를 골랐는지에 대한 쉬운 답을 제공해준다.
한동안 신곡 발매 없이 콜라보 위주로 활동을 하는 사이 서교동의 밤은 또 변했다. 새로운 사운드와 질감을 만들어 내는 음악 고유의 측면만이 아니라, 음악이 그리는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시각적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음악에 색을 입히고 그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 그것은 그들이 계속 도전하고 있는 즐거움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음악과 [싫어]를 함께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아마도 그들에게서 어떤 음악이 계속해서 나올지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 어렴풋한 답을 제시해주는 일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