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간 '실리카겔'의, 당분간 마지막이 될 앨범
'실리카겔' EP [SiO2.nH2O]
BRAVE NEW SOUND!
'실리카겔 (Silica Gel)'
'실리카겔'은 '구경모(베이스)', '김건재(드럼)', '김민수(기타/보컬)', '김민영(VJ)', '김한주(건반/보컬)', '이대희(VJ)', '최웅희(기타)'로 이뤄진 7인조 밴드다.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말라"는 바로 그 실리카겔(방습제)이 이름을 짓는 순간 우연하게 근처에 있었던 까닭에 그게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성격부터 취향까지 천차만별인 멤버들 전원이 작곡에 참여하여 사이키델릭, 포스트록, 드림팝, 네오 가라지에 심지어 힙합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성분을 혼합하여 기존의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실리카겔만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첫 번째 특징. 그리고 VJ가 더해진 독특한 멤버 구성으로 음악에 영상을 결합한 공감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2015년 8월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이라는 긴 제목의 EP로 데뷔, 실제 실리카겔 포장에 담긴 독특한 패키지와 더불어 VJ들이 만들어내는 영상과 어우러지는 강력한 에너지의 공연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 장대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의 싱글 ‘두개의 달’을 발표한 그들은 EBS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케이루키즈 대상을 수상하며 신인으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2016년 10월, 녹음과 믹싱을 도맡은 '김민수(기타/보컬)'의 주도로 밴드 멤버들이 함께 프로듀싱, 커버 디자인부터 영상까지 모든 것을 멤버들이 만들어낸 첫 정규 앨범 [실리카겔]을 발매한 '실리카겔'은 첫 번째 단독 공연을 오픈 1시간만에 매진시키는 한편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신인상을 수상, 신인상 3관왕의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2016년 한국 인디 음악계의 신인으로 떠올랐다.
2017년 초 밴드 '파라솔'과 함께 싱글 [Space Angel]을 발표하며 놀라운 밀도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실리카겔'은 6개월 여 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11월 7일, 새로운 EP [SiO2.nH2O]를 발매한다. 연주하는 멤버 다섯이 각각 쓴 다섯 곡과 함께 1트랙의 스킷과 2트랙의 리믹스를 포함하여 총 8 트랙이 수록된 이번 EP는 영상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든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음악과 영상이 결합한 실리카겔 특유의 면모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새 EP의 발매와 함께 12월 2일(토) KOCCA CKL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을 가질 '실리카겔'은 이를 마지막으로 멤버들의 군입대로 인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간 실리카겔의, 당분간 마지막이 될 앨범
'실리카겔' EP [SiO2.nH2O]
언뜻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감이 안 잡히는 복잡한 앨범 제목이지만, 의미는 사실 간단하다. '실리카겔'. 결국 지난 앨범인 1집 [실리카겔]과 같은 의미인 셈이다. 하지만 이걸 굳이 화학식으로 표기를 한 까닭은? 이것이 이번 EP의 첫 번째 테마다. 이전과 같으면서도 새로운 실리카겔.
"실리카겔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담아냈던, 결과적으로 다소 복잡하고 장대한 면이 있던 1집에 비해 이번 EP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여유로움이다.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낮잠"이 대표하는 직선적이면서 간결한 구성에서 굳이 많은 것을 담아내지 않아도 충분히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여유로움이 '실리카겔'에게 가져다 준 것은 경쾌함이다. '실리카겔'의 모든 곡 중에 가장 명백한 질주감을 지닌 서브타이틀곡인 "NEO SOUL"은 물론, 묘하지만 중독성 있는 구성으로 가사 그대로 상쾌한 청량함을 느끼게 하는 ‘뚝방길’, 그리고 모든 멤버들이 참여하여 함께 노래하며 감동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그린내"는 이전보다 확실히 가벼워지고 즐기기 쉽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물론 이와 같이 여유롭고 경쾌함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은 역시 꼼꼼하게 설계된 멜로디와 리듬, 사운드라는 것은 여전히 실리카겔답다. 예컨대 앨범 전체에서 유독 어두운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불한당’이 대표적인 곡. 이 곡이 갖고 있는 파격적인 구성은 역시 실리카겔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처럼 지난 1집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실리카겔'이 겪은 변화 혹은 성장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실리카겔' 멤버들이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각자의 곡이 모여 만들어내는 통일성이다. 멤버 각각이 곡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 '실리카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지만, 동시에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이번 EP의 두 번째 테마다. 'OO의 하루'.
이번 앨범의 곡들은 각각 하루의 특정한 시간대를 반영하고 있다. 오후 2시를 맡은 "낮잠"을 시작으로 시간은 역행하여 아침 8시의 "뚝방길", 깊은 밤 자정의 "불한당", 이제 밤을 맞이할 무렵인 저녁 9시의 "NEO SOUL", 그리고 해질녘의 "그린내"까지. 여기다 아침과 자정 사이에 스킷 트랙인 "Zzz"이 삽입되어 총 6곡의 트랙은, 각기 따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흐름으로 앨범을 완성해낸다. 비록 EP이면서도 정규 앨범과 같은 부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유기적인 구성 덕분이다.
여기다 '실리카겔'은 자신들이 늘 추구해오던 ‘뭔가 재미있는 것’을 더했다. 이번 EP의 세 번째 테마다.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
일단 눈에 띄는 것은 DJ 소울스케이프와 달파란이라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두 빅네임이 리믹스 트랙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경력으로 따지면 실리카겔보다 20년 정도 앞선 음악가들과의 세대를 넘은 콜라보레이션은 실리카겔의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게 느껴지게 한다.
더불어 음악과 영상의 결합을 중시하는 '실리카겔'답게 이번에는 모든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해일'의 무적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낮잠"을 비롯하여, VJ '이대희'의 제대로 미친 비디오 "뚝방길", '구경모'가 비디오게임 '디스아너드'를 모티브로 하여 직접 연출한 "불한당", 1집 타이틀곡 "9"의 연출자이기도 한 멜트미러의 "NEO SOUL", 그리고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비디오그래퍼 '이주호'가 연출한 "그린내"까지. '실리카겔'은 각각의 곡에 어울리는 다른 스타일의 영상작가들과 협업, 각 비디오마다 귀여운 ("낮잠"), 미치고 웃긴 ("뚝방길"), 기괴하고 음울한 ("불한당"), 뭔지 모르겠지만 멋진 ("NEO SOUL"), 정통파로 감동적인 ("그린내") 느낌을 연출해내고 있다.
이제 이 EP를 발매하고 '실리카겔'은 단독 공연을 갖는다. 12월 2일(토) KOCCA CKL스테이지에서 열릴 이번 공연의 제목은 [SiO2.nH2O = OPAL!] 보석 오팔의 화학식이 실리카겔과 같다는 데서 착안한 타이틀의 이번 공연은 1차 예매를 오픈 1시간만에 매진시키고 현재 추가 예매를 진행 중이다. 예매처는 멜론 티켓.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실리카겔'은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인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다. 아직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아무런 기약은 없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활동을 재개하기를 바라는 마음뿐.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33번째 작품이다. 프로듀싱은 '실리카겔'. 녹음과 믹싱은 실리카겔의 멤버인 '김민수 (우리모두 레코딩)', 녹음 보조는 역시 멤버인 '최웅희'. 마스터링은 '신재민 (필로스플래닛)'. 메인 커버 디자인은 디자인 스튜디오 '섬광'의 작업이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