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텅 빈 우주]
이 노래는 10여년전 쓰여졌다.
어디든 크고 작은 우주가 있다. 검은 밤을 가로지르는 고단한 지하철 창 밖에도,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도. 손 뻗으면 닿을 듯 말듯 미끄러져 나가는 너와 나의 크고 작은 우주들이 이토록 고요히 숨쉬고 있는 세상. 각자의 우주는 그가 믿는 것, 사랑하는 것, 그리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로 세공 되어 빛난다. 하지만 그 우주는 생각보다 연약하기에 깨어지기도 쉽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이 떠나기도, 소중히 여기던 존재가 깨어지거나 부수어지기도 한다. 그 때 마치 온 우주가 텅 비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 노래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상실의 끝에서 쓰여졌으되,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에 맞닿아 있다. 때로는 부재이지만, 부재가 아니듯 어쩌면 텅 빈 우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 아닐까?
우리 생에 크고 작은 상실은 도처에 있다. 홍대 언저리에서 이 노래를 한창 부르던 때다. 두리반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어울려 종종 노래의 힘을 보태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덕원이 노래하고 있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와 함께 공연하게 되었다. 무너진 철거 현장 앞에 앰프를 쌓고 노래하는 그를 보며, 이 공허한 노래의 듀엣버전을 만든다면 덤덤하게 위로를 던지는 그의 목소리가 어울리겠다 생각했다. 삶은 때때로 지독한 일들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만, 내가 믿던 세계가 깨어진 그 텅 빈 우주에서도 연대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다음 발걸음을 돕는다. 그 10여년을 또 한번 잘 살아낸 텅 빈 우주, 그 속의 모든 이들을 위해 조용한 위로를 담은 듀엣 버전을 건넨다.
이미지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EP [은유화]로 데뷔, 두번째 EP [매혹들]로 네이버 오늘의 뮤직 추천앨범에 선정되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공연 기획 및 DJ.Spooky와의 Remix project, 미디어아트 콜라보레이션 등 여러 매체를 결합한 퍼포먼스를 국내외에서 선보여왔다. 이번 싱글은 5년만의 발매로, 첫번째 EP의 타이틀곡 ‘텅 빈 우주’를 어쿠스틱으로 리메이크하고 동료음악가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과 듀엣으로 불러 따뜻함을 더했다.
Vocal: 이미지, 윤덕원 (브로콜리너마저)
Guitar: 정상욱
Piano: 박해형
Photo: 이상엽 사진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