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밤, 울음소리]
안녕하세요 수진입니다. 오랜만이지요
이번 곡의 소개는 다른 분들의 밤의 이야기로 대신하려고 해요.
다른 이들은 밤을 어떻게 보낼까 궁금해서 3명의 사람에게 음악을 건넸어요.
며칠 뒤에 온 답장. 그들의 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빛이 닿기 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안부가 궁금해요.
(글쓴이들의 필명 대신, 제가 생각하는 그들의 이름으로 지칭하겠습니다)
-
제목: 당신의 밤은 어떤가요
이름: 네가 사람이 아니고 나무라면 아마 잎은 투명할 거야
낮의 밝은 빛 아래에 선 나는 자주 눈을 감게 됩니다. 내게로 와 익숙해지던 것들이 등을 돌려 새것이 되고, 어떤 것은 어떤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일을 세다가 열 손가락을 다 잃고요. 뒤를 돌아보면 어리고 이상했던 시간들이 아닌 척 서 있어요. 사실 나는 그 어떤 시간도 너무 낯설어서 가끔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밤은 늘 밝은 낮을 지우면서 오고 나는 다시 솔직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나의 밤은 너무 어두워서 거의 진실을 볼 수 없고 마음만이 남아있어요. 나는 마음에 걸려 넘어지고 멈추고 또 뒷걸음질 치다가 곧 앞으로 나아갑니다. 밤 속에서 나는 혼자서도 나아가는 힘이 있어요. 마음은 결국 새로운 마음을 데려와서 나는 외롭지 않거든요. 나는 이 밤이 충분히 어둡고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내가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나의 밤은 내가 계속 질문할 수 있게 하는 힘이자 또 다른 낮을 살게 하는 친절한 존재. 친절한 존재 앞에서 나는 울음을 참아 본 적이 없습니다.
-
제목: 내 밤
이름: 피워야 할 담배가 아직 많은 남자
밤은 안식처로 향하는 유일한 나의 통로. 슬픔, 고통, 외로움과 희열, 즐거움, 안락함. 공존하는 나의 일상들. 밤은 오늘도 나에게 한 잔의 술을 건네며 살아온 날들, 살아가는 날들, 살아갈 날 들을 머리와 가슴속 메모장에 썼다, 지웠다, 다시 썼다, 지웠다.
밤은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과, 늘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 지도 모르는 나의 오늘을 지우는 마술도 부린다.
밤은 늘 나에게 주문한다. 어제는 잘 살고, 잘하고 있었는지, 오늘은 어떠한지,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래도 밤은 유일하게 늘 나의 곁에서 때 되면 날 찾아주는 벗이자, 애인이자, 동반자이며 나 같은 사람도 잘 할 수 있다고, 잘 살 수 있다고 토닥인다.
수진의 ‘밤, 울음소리’를 들으며
-
제목:
이름:
매일 밤 꿈을 꾼다. 꿈일까 기억의 조각들일까. 지나쳤던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나를 마주한다.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의 온도, 냄새, 소리, 여러 감각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혹 어떤 것은 완전히 사라졌다. 생생한 것들 속에서 사라진 것을 헤매다 잠을 깨면 여전히 밤이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 밖에 나서니 아무도 없다. 다시 잠에 들면 금세 아침이 찾아와 눈을 뜨고 또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잡아보려 꽉 쥔 두 주먹에는 땀이 밴 손톱자국이 나 있다. 눈을 감고 그 자국들을 하나씩 더듬어보지만 자국들은 사라지고 땀방울만 느껴진다. 손을 펴 축축한 냄새라도 들이 마셔보니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캄캄한 눈동자를 바라보고, 다시 밤이 시작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