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모르는 남자
JK 김동욱 5집 [Beautifool](2013)
정말 오래 기다렸다. MBC '나는 가수다' (이하 '나가수'와 tvN '오페라스타'에서의 활약을 통해 그 진가를 인정받은 JK 김동욱이 무려 6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이다. 반갑다. 2007년 4집 [낯선 천국] 이후 오랜 침묵을 깨뜨린 이 작품에서 JK 김동욱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준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전곡 작곡에 도전했다. 또 상업적인 공식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시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동료, 가족들과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여행 중에 총 스물여섯 곡을 만들었고,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작곡가 윤일상과 디어클라우드의 나인, 가을방학의 정바비, 곰피디, 조정치, 유정균 등과 작업하여 이 앨범을 완성했다. 신나는 록 비트로 포문을 여는 첫 트랙 "Let It Slide"부터 싱글로 먼저 공개한 마지막 곡 "Higher"까지 총 12트랙을 수록했다. 앨범 제목인 'Beautifool'은 아름다운 'Beautiful'과 바보라는 'Fool'의 합성어다. '희망과 사랑'의 따뜻한 메시지가 작품 전반에 깔려있으며, JK 김동욱 특유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여전하다. 음악적으로는 편안하고 복고적인 분위기가 감상을 편안하게 한다.
그의 과거는 결국 오늘의 토대가 됐다. '오페라 스타'를 통해, 그리고 이어지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하게 된 까닭은 지난 10여 년간 쌓은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보낸 지난 10여 년이란 누군가는 과거의 임재범을 떠올렸을 만큼 원래 가진 소리가 좋았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게다가 음악적 조언이 가능했을 가족이 있었으며 아버지와는 다른 음악을 배우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새로운 세계 앞에서 열린 마음으로 노래한다. '오페라 스타'를 통해 그는 발성을 다시 배웠다고 말했고, 딱히 언급은 없었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긴장과 피로와 싸우며 다수의 청중을 상대하는 방법을 익혔을 것이다. 다수의 청중 가운데에는 트위터를 통해 그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안티에게 사랑을 권하는 대인배였다. 2년 전 그는 지브라라는 이름으로 이색 앨범 [Pianto](2011)을 발표했다. 전까지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발라드에 최적화된 가수인 줄로만 알았던 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교정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나가수'적인 급격한 변화의 폭을 기대한 사람들은 물론 재즈 애호가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만큼 새롭고 발전적인 성과였다. 그는 거기서 재즈를 추구했고, 평소의 호흡과는 다른 미학적인 노래들을 쏟아냈다. 게다가 진짜 미덕은 TV를 통해 급박하게 쌓게 된 인지도와는 동떨어진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오래 준비한 사람이었고, 그만큼 그가 표현하고 완성한 노래는 깊었다. 프로젝트 활동은 쉬어가는 의미일 수 있지만, 그는 지브라를 통해 휴식이 아닌 신뢰를 안겨줬다. 전공과 경험을 활용하면서 얻은 성취다.
새로 만나는 5집 [Beautifool]도 전과 마찬가지로 환기 효과를 준다. 이미 전작들에서 보여줬듯이, 주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그의 개성은 신작에서도 빛을 발한다. 모던 록부터 팝, 재즈, 가스펠, 발라드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음악이 담겼다. 앨범의 문을 여는 "Let It Slide"와 마지막곡 "Higher"가 대표적이다.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일에 주력한다. 앨범의 도입부를 차지하는 "Beautifool"을 비롯해 "하얀 눈물"과 "Candlelight" 또한 여유의 호흡을 쏟아내는 노래다. 그의 시원시원한 발성을 따라 풍성한 리듬과 화려한 연주가 출렁이고, 단숨에 청중을 요리하는 것처럼 강한 에너지가 발산된다. 이어지는 "Shine"은 여러 악기 사이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편곡을 선보이는 실험적인 곡이다. 한편으로는 그윽한 진행을 원하는 이들도 외면하지 않는다. "자각몽"과 "꿈", 그리고 "IOU" 같은 노래들은 추이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급적 단조롭게 시작했다가 하이라이트에서 그의 역량이 터져나오는 노래다. 몸을 감추고 있던 기타와 드럼도 차차 자신을 드러낸다. 그렇게 완성된 앨범은 한 편의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달리고 멈추고를 반복하면서, 그러다 결국은 힘의 노래를 터뜨리면서 마지막까지 신뢰를 안겨주는 구성이라는 얘기다.
그는 [Beautifool]을 통해 우리를 행복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현장으로 데려간다. 제목도 그렇다. 공연장은 때때로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부르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노래에 취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바보가 되도록 그렇게 노래하고 그렇게 반응하는 풍경은 사실 아름답다. 복잡한 현실 문제를 접어두고, 짧게나마 무언가에 단순하게 몰입하는 바보가 되고 싶어서 우리는 음악을 원하고 즐기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때로는 발라드와 재즈를 좋아하는 특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가수'를 준비하면서 숱한 부담과 씨름하고, 그가 얻은 결론이기도 할 것 같다. 결국 그가 오늘 택한 것은 생생한 소통의 음악이다. 당장 공연이 펼쳐지는 것처럼 처음부터 땀을 쏟아내고, 잠깐 쉬었다가도 절정에 이르러서는 마음과 육체 모두를 드러내는 음악이다. 어쩌면 뜨거운 약속일지 모른다. 어떤 무대를 만나도 지금처럼 힘차고 아름답게 노래하겠노라는 약속이다. OST나 디지털 싱글 때와 달리 공을 많이 들여 아주 오랫동안 작업해온 결과물이므로 곡 단위로 듣는 것보다는 앨범 전체를 듣는 것이 추천하는 감상법이다. JK 김동욱은 앨범 발매가 줄고 있는 디지털 싱글 시대에 그러한 추세를 거슬러 앨범으로 승부하고 있다. 그래서 음악도 트렌드가 아니라 과거, 복고로 돌아갔다. '오페라스타'와 '나가수'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가 이제 정말 가수로 거듭나는 앨범이다. 또한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다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는 한편, 그 동안 자신을 아껴준 팬들에게 훌륭한 위안과 추억을 주는 작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