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가득한 낭만의 회전목마! 정엽 정규 3집 앨범 [Merry Go Round]
정엽은 3집 앨범의 타이틀을 [Merry Go Round]로 정했다. 회전목마를 가장 낭만적인 소재로 생각한단다. 단 둘이 회전목마를 타게 되면 세상은 빨리 돌아가지만 상대방과 나만 멈춰있는 공간인 것 같아 낭만적으로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멈춰 있는 물체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고 했다. 등속원운동의 공간 이동을 통해 탈시간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는 낭만의 공간... 회전목마는 분명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공간을 시간의 마법이 지배하는 너와 나의 낭만의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정엽은 회전목마라는 마법의 공간에서 낭만적 상상을 마음껏 펼쳐냈다. 직접 전해 준 곡 소개에는 '상상하며 쓴 곡'이라는 설명이 곳곳에 보인다. '내가 만나고 싶은 매력 있는 상대를 상상하며 쓴 곡',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쓴 곡'. 이런 식이다. 곁에 누군가가 없다면 외로움이 감성의 주가 될 법도 한데, 정엽이 이번 앨범에 담아 낸 주된 감성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충만한 낭만이다. 여유와 여백으로 배경을 채우고, 회전목마가 오르내리듯 살랑살랑 곡선을 그리며 낭만을 노래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정엽은 데일리 라디오를 접고 음악에 전념한 선택이 아프지만 탁월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일상적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 공간을 확보했고, 비일상적 상상을 통해 음악들을 만들어 냈다. 고독한 상상의 시간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물이 모든 것을 씻어주었겠다 싶을 정도로 앨범의 완성도는 높다.
재즈풍의 달콤한 파격, 부드러우면서도 흥겨운...
앨범에서 느껴지는 일감은 'jazzy'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앨범에서도 본인의 솔로 작품들에서도, 정식 데뷔 이전에도 재즈 스타일을 자주 보여주었던 정엽은 이번 앨범에도 재즈 사운드를 두드러지게 많이 담아냈다. 깔끔한 컨템포러리 팝 멜로디에 재즈의 달콤한 파격을 더해 부드러우면서도 흥겨운 곡들을 만들어 낸 것. 사비를 자유롭게 질주하는 기타와 색소폰 사운드가 흥겨움에 격정을 더한다.
정엽은 먼저 공개된 싱글 "Come With Me Girl"에서 보여주었듯, 자신의 보컬 장점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전에 없던 이색 창법들을 간간히 담았다. 이 또한 이번 앨범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개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타이틀 곡은 "My Valentine"과 "Island". 밝고 따뜻한 곡과 슬픈 멜로디의 반대되는 두 곡을 더블 타이틀로 선택하여 팬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켰다. 곡의 면면을 정엽의 해설과 함께 살펴보자.
1. "My Style"
정엽은 가사가 자신의 현실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자신이 만나고 싶은 매력 있는 상대를 상상하며 쓴 곡으로 개성 강한 창법의 변화가 색다른 정엽을 느끼게 한다. 브라스의 흥겨움이 곡을 주도하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정엽의 스캣 또한 인상적이다.
2. "My Valentine"
정엽의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밝고 달콤한 가사로 이루어진 곡으로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쓴 곡.'이라는 곡 소개가 짠하다.
3. "회전목마"
앨범 타이틀에 표현된 회전목마의 낭만적 감성을 곡으로 옮겼다. 따뜻하면서도 리드미컬한 곡으로 후반부의 색소폰 사운드가 격정을 더한다.
4. "A Thousand Miles (With Lisa Ono)"
일본의 재즈 아티스트 리사 오노 (Lisa Ono)가 정엽과 듀엣으로 노래했다. 리사 오노가 정엽이 불러 놓은 가이드를 듣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쁜 일정 중에도 따로 시간을 내어 참여했다. 노라 존스가 객원으로 참여 한 "New York City"의 앨범 주인 피터 말릭 (Peter Malick)이 곡의 가사를 쓴 것도 눈길을 끈다. 보사노바 스타일의 부드러운 재즈가 정엽의 향후 보사노바 스페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5. "Island (Feat. 유니크노트)"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 피아니스트 유니크노트(이규현)가 섬세한 피아노 터치를 선사했다. 앨범의 전체 분위기와 다른 슬픈 곡으로 정엽 특유의 애절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중에 쓰게 된 곡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겠다고 작정했지만 결과물은 슬픈 멜로디가 나왔다는 정엽의 설명이다. 정엽의 보컬과 피아노만으로 전개되는 곡의 구성이 "Nothing Better"를 연상시킨다.
6. "커튼콜"
드라마틱한 곡 전개에 깊고 묵직한 감성을 담았다. 예술의 마지막 순서를 의미하는 "커튼콜"이라는 단어를 통해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별을 축하해달라는 반어적 표현이 독특하다.
7. "Love Is Tattoo"
베이스 사운드가 곡을 주도하는 미드템포의 흥겨운 곡으로,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살랑거리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사랑했던 순간이나 감정들이 결국엔 문신처럼 남는 것 같다는 내용을 최대한 밝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8. "Come With Me Girl"
브라운아이드소울 릴레이 싱글 프로젝트의 마지막 곡으로 먼저 공개된 곡. 호평 속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9. "Fallin' For You"
앨범의 전체 분위기와는 다른 끈적이는 느낌이 표현된 곡. 와와 사운드에 얹어진 현악 스트링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에게 빠지고 싶지 않음에도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상황을 음악으로 묘사했다는 설명이다.
10. "자장가"
'푸른밤'의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진짜 자장가를 앨범에 담았다. 모차르트의 자장가 멜로디 일부를 차용하여 만들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누워있다고 생각하고 불러주고 싶은 곡이라는 정엽의 설명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