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야드 (JNKYRD) – TAXI 4WD
1
오래 전 화를 내고 여왕처럼 돌아서면
끝까지 배웅 나와 옷깃에 매달리던 간곡한 마음이
이제는 낮에 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볼품이 없다
2
그때
나는 말없이 한참을 노려보다가
택시를 타겠다고 했고
너는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했다
나는 옷깃을 잡아끄는 너를 야멸차게 뿌리치며
옷 잡지 마
차창 밖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서 있던 얼굴이 사라진 한참 후
옷깃으로 느껴지던 악력이 떠올라
키우던 개를 버리고 온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 그래서 후회해?
택시는 신호를 무시해가며 달렸다
그런 외부 질서의 단호함에 힘입어 멈칫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신호에 걸릴 때마다 밖으로 내달리려는 마음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택시는 모든 재고의 여지를 폐기하고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수단이었다
도착지에서 첫 횡단보도를 건널 때까지
3
현실이 될까봐 무서워서 일기장에도 쓰지 못한 말
생각을 읽고 달려들까봐 생각조차 않으려던 말
다 지우고 나니
누구도 태우지 않고 돌아가는 화려한 회전목마처럼
기계적이다
휴대폰 너머로 속수무책 멀어지고 있을 때
너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사뿐히 귀를 스쳐 날아갔던지
- 전화가 이상해. 왜 이렇게 멀게 들리지?
서로의 목소리를 업고서
얼마나 멀리 걸어갔는지 우리는 모두 미아가 되겠군요
이제 우리가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 거라는 걸 알겠습니다
4
- 그러게 예쁜 초를 만드는 것처럼 쓸모없는 짓이라고 했지?
- 우리에게 생일이 있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글. 흰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