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한없이 깊고 푸른
살면서 무언가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상대와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착각에 빠지는,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딘지조차 혼란스러운 그런 상황. 대상을 사람만이 아닌 각종 사물로 넓게 펼쳐봐도 생각보다 그리 흔치 않은 경험이라는 사실만 재확인하게 될 뿐이다. 넘치는 생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운 좋아야 두세 번,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평생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할 그 경험을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재현한다. 일렉트로닉 뮤직 듀오 '포워드(F.W.D.)'다. 2014년 포워드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을 발표한 순간부터 활동 재개 신호탄을 조금씩 울리고 있는 최근까지 이들의 음악은 늘 듣는 사람을 단번에 깊고 푸른 물속으로 잡아당긴다. 아득하게 멀어지는 현실과의 연결고리 사이로 저 아래 잠겨 있던 갖은 감정이 밀려 들어온다. 후회, 아쉬움, 회한, 애틋함, 두려움 그리고 그리움.
'퍼스트에이드'와 '권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완성한 앨범의 제목은 [Air]였다. 공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만남으로 한 팀이 된 두 사람이 서로의 우주를 수없이 맞부딪히며 자아낸 다섯 곡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독특한 공기를 담은 그림이었다. 매번 다소 주저하듯 툭 떨어지는 '권월'의 건반과 목소리가 만드는 틈을, 거의 모든 악기와 거의 모든 소리를 다룰 줄 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완벽주의자 '퍼스트에이드'의 치밀함이 꼼꼼히 메웠다. 포근함이 깃든 허스키 보이스로 무한히 허무를 되짚는 '권월'의 목소리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금속성의 외피 아래 따스한 피를 담은 '퍼스트에이드'의 사운드는 의심의 여지없는 최상의 조합이었다.
이들의 음악을 '과거의 멜로디와 미래의 사운드를 통과해 현재에 도착한'이라 묘사한 소개 문구는 더없이 탁월했다. '포워드' 결성 전 솔로작 [Nostalgic Falling Down](2013)을 통해 80년대 무그 사운드의 낭만과 드럼머신을 이용한 다이나믹한 비트의 절묘한 합일점을 찾아낸 '퍼스트에이드'는 애써 터득한 그 비기(祕器)를 포워드 음악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가요와 팝의 중간쯤, 역시 자신만의 절묘한 자리를 찾아낸 '권월'은 '포워드'라는 세계의 소중한 밑바탕이 될 스케치를 아낌없이 그려낸다. 과거와 미래, 한기와 온기, 아픔과 달콤함 사이를 수없이 오가는 멜로디와 소리들의 한가운데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촬영분 가운데 "Drinks"는 2년 전 발표했던 첫 EP 수록곡이고, "사자"와 "폭발"은 최근 싱글 발매와 공연을 통해 공개한 곡이다.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 흐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긴장감이 서려있는 "Drinks"에 비해, 후자에 위치한 두 곡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전에 없던 안정감이다. 어딘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예전의 그 공기를 사랑했던 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어색함을 숨긴 채 언제 그랬냐는 듯 말쑥한 모습으로 깔끔한 일렉트로 팝을 연주하고 부르는 이들의 모습도 썩 멋지다. 그리고 그 음악을 지지해줄 비디오아트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