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he : Episode 5, Worry Bout You]
어쩌면 혜원은 도검과 헤어졌을 수도
어쩌면 헤어진 게 아닐지도,
사귀었을지도 아니면 사귀었던
사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혜원은
따가워지는 눈과 커지고 빨라진
심장박동소리와 함께 일어나야만 했다.
잠은 밤이 깊어갈수록 달아난다 항상.
짙어진 생각은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해야만 한다. 감은 눈으로
파란 하늘이 다가오는 걸 안 혜원은
잠깐이라도 잠이 들 수 있도록 집중했지만
가득 차오는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순간
또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결국 밤을 새 버리게 생겼다.
왜 침이 신경 쓰이는 걸까,
왜 계속 이러는 걸까.
하필 그 순간에 잠이 못 들게 말이야.
사실 혜원은 며칠 전 도검의
연락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며칠 동안 연락을 못할 것
같다는 말 때문이 아니었다.
도검과의 애매한 관계에 대해 복잡한,
미안한 마음 때문도 아니었다.
도검에게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기 때문도 아니었다.
현우가 최근에 올린 사진 때문도 아니었다.
현우가 어떤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 때문도 아니었다.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도 아니었다.
현우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도검이 혜원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도
현우가 계속 신경 쓰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도검은 좋은 사람이다.
생각이 짧고 이기적이며 어려빠진
현우에 비해 배려심도 많고
잘 챙겨주는 세심한 남자인데다가
혜원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해주는,
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한테
어울리지 않는 담요를 덮고 있는 기분이었다.
혜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넋 나간 바람처럼
아무 생각도 아무 결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일어나야 했다.
일어나서 혜원은 무거운 첼로와 함께
연습실로 향해야 했다.
계속되는 피곤함에 커피를
마시고 싶진 않았지만 커피를 마셨어야 했다.
햇살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About HeShe]
‘ 그들과 그녀들의 이야기들, HeShe ‘
‘100곡과 100개의 입술, 그리고 10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들과 그녀들의 이야기들’
HeShe는 작곡가 이치우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HeShe라는 이름으로 100곡 발매와,
100개의 아티스트의 입술로 작업된 재킷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발매될 때마다 추가될 HeShe Episode에서는
총 10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연재될 것이어서
발매되는 음악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0개의 입술이 모여 졌을 때 어딘가에서 열릴
전시회와 파티에서 많은 분들을 뵙길 바라며.
[About Artist]
다섯 번째 히쉬와 함께한 아티스트는 바로
이안킴(Ian Kim)이다. 이안킴 과의 작업은
히쉬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 작업물 이었다.
달콤하지만 그리운듯하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지는 그의 보이스와 함께
작업된 이 곡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여자와
그 여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