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 [케이지 Lv.6 Vanilla]
* 케이지 싱글 ‘Vanilla’ 리뷰
온기가 더해지면 달콤해진다
마치... The 6th Level ‘Vanilla’
특정 사물을 바라보며 종종 우리의 모습을 대입시킨다. 마치 무언가처럼... 절묘하게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이치를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17세기 영국의 시인들은 여러 사물에 엉뚱한 논리를 더하며 사랑의 섭리를 자연의 섭리에 투영했다. 그 핵심은 상상력. 과연 우리의 뜨겁고 아름다운 사랑은 무엇과 닮았을까?
끊임없는 상상으로 대중과 마주해 온 싱어송라이터 케이지는 여섯 번째 레벨의 소재로 ‘바닐라’를 선택했다. 달콤하고 촉촉하고 차갑거나 따스하게 즐기는 바닐라. 케이지가 그리고 있는 사랑하는 이성의 모습은 마치 바닐라 같다. 가끔 완고해서 살짝 토라져 울기도 하며, 깨어보면 행방이 묘연하다. 단단한 그녀를 사랑의 온기로 녹이면 그녀는 다 녹아내린 듯 사라져 버린다. 은유적으로 표현된 그녀의 모습은 그려진 이상의 상상을 이끈다. 그녀와의 하룻밤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늘어놓지만 ‘바닐라’라는 독특한 심상이 회화적 상상을 이끌며 묘한 즐거움을 전한다.
온기가 더해지며 단단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녹이듯 케이지의 음악도 소리가 하나씩 더해지며 격정을 이끌어 낸다. 부드럽게 시작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격정으로 치닫는 곡의 전개는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단순한 보컬리스트가 아닌, 단순한 악기 연주자가 아닌 곡의 모든 부분을 조율할 수 있는 ‘싱잉프로듀서’의 역량이 발휘된 결과다.
케이지는 조화롭게 음의 두터움을 조절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번 곡에서도 그 능력 발휘에는 변함이 없다. 보컬을 포함한 모든 소리를 과하지 않게 배합하며 전체적인 곡의 감성을 끌어올린다. 선형의 감성이 아닌 공간의 감성을 통해 음악에 젖어들게 하는 ‘stylish R&B’의 전형이다. 악기, 코러스, 효과음 등 적재적소에 등장하고 더해지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기여한다.
케이지의 레벨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웰메이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상상하고 고민하고, 수많은 소재의 위치와 강도를 조정하는 그만의 디테일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