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AC [Hunting Trophy]
인터넷에서 ‘Hunting Trophy’를 검색해보자. 총에 맞아 죽은 동물과 그 앞에 앉아 웃는 사람이 나온다. 헌팅 트로피(Hunting Trophy)가 유흥을 위해 야생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인 만큼, 죽음과 웃음이 공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시 검색창에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이번엔 한글로 ‘헌팅 트로피’를 검색해보자. 흥미롭게도 장식품으로서의 헌팅 트로피만이 검색된다. 같은 단어이지만, 서로 다른 두 가지 개념은 블랙 AC(Black AC)의 새 싱글 “Hunting Trophy”의 중심에 자리 잡는다.
“Hunting Trophy”는 일종의 연극처럼 느껴진다. 연극의 배경은 서울에서 시작하여 클럽으로 좁아지고, 후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인터넷으로 들어간다. 반다(Vanda)와 몰디(Moldy)의 역할은 사냥꾼이다. ‘바보’로 구성되는 사냥감은 ‘헌팅 트로피’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장식품에 집착하는 이들이다. 사냥꾼 반다와 몰디는 랩 디자인과 가사에서 ‘바보’들을 노골적으로 사냥한다. 그 결과는 ‘Hunting Trophy’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 속 죽은 사냥감을 연상케 하며, 이를 음반 아트워크로 구현한 듯하다.
블랙 AC의 비트는 매 신을 나누는 나레이션에 가깝다. 오버드라이브된 사운드가 지배하는 인트로에서 긴박한 하이햇 리듬으로 넘어가는 벌스, 반다가 헌팅 트로피를 마음껏 자랑할 수 있도록 간결해지는 훅 등은 이 곡의 주인이자 헌팅 트로피를 장식하는 이가 블랙 AC임을 공고히 한다.
물론 이러한 복잡한 생각 없이, “Hunting Trophy”는 블랙 AC와 반다, 몰디. 좀 더 나아가 그랙 다니가 만든 하나의 유흥일 수도 있다. 직선적이고 자극적인 블랙 AC의 비트와 반다, 몰디의 랩은 엑스터시를 경험케 한다 ‘헌팅 트로피’라는 행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 또한 즐거움일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그건 듣는 이의 몫이다.
글 ㅣ 심은보(프리랜서 에디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