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홍대 거리공연을 통해 의기투합했던 오티비(O.T.B)의 밴드 완전체로서의 첫 EP앨범 [하늘을 걷는 남자]
2013년 2월 밴드 결성 이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외부적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성장. 그 동안 싱글 발매 이후 이제야 비로소 그 본격적인 음악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총 6트랙으로 녹여낸 그들의 산뜻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번째 트랙인 이번 EP앨범의 타이틀 곡 ‘하늘을 걷는 남자’는 동명의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곡. 누구나 인생에서 목표라는 것을 두고 살아가지만 정작 그것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또한 그것은 대부분 외적인 요인보단 자기 자신과의 의지 싸움인 경우가 많다. 당장 눈에 보이는 돈과 명예, 그리고 무난하고 편안한 삶이 아닌 나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의 마음에 크게 공감하며 쓴 노래. 세계 최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결국에는 그 꿈의 마지막 단계를 도전하는 주인공이 되어보며 눈을 감고 노래를 들어보자. “조금 늦은 듯 멀리 돌아왔어. 나 이제는 너만 보고 걸어 갈테야!”
이어지는 ‘드디어 고백’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한번쯤 고백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노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내 감정을 고백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지 않던가? 사랑에 대한 풋풋한 설렘을 그대로 담아낸 보사노바 풍의 곡으로, 본인의 가장 순수했던 그 감정을 떠올리며 들어보자.
고백송에 이어지는 달달한 노래 ‘정말로 너밖에’는 처음에는 버스킹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노래로, 누구라도 지나가다가 한번쯤 귀 기울이며 따라 부를 수 있는 반복적인 멜로디와 쉬운 가사가 특징인 사랑노래이다. 산뜻함 속에 EP앨범 속 전반전을 마무리 하는 트랙.
‘Interlude’ 트랙 후반 카페에서의 깊은 한숨을 시작으로 반전되는 분위기의 곡 ‘반지’는 사랑의 증표였던 반지가 도리어 사랑의 흔적이 되어버린 씁쓸함이 시간이 갈수록 애절함으로 변화하는 감정선에 초점을 두었다. 반지로 인해 손에 남아버린 하얀 흔적을 ‘하얀 반지’라고 표현할 때의 감정은 아직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스스로 부정하는, 이별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게 준다. “그 어디를 가고 누군들 봐도 생각나는 건 다 너뿐인데”
이번 EP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으로 차분하게 시작되는 기타 선율의 ‘그때 그랬더라면’은 부재에 대한 그리움 및 아쉬운 감정을 녹여낸 노래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형제 간의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등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내가 좋은 것을 먹거나 보거나 즐기고 있을 때 “~와 함께였더라면 좋았겠다”라는 미안함과 아쉬움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라는 정의에서 시작한 노래. 이별 혹은 죽음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 대해 담담한 듯 하면서도 그 슬픔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다. 많은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기타와 보컬만으로 표현하여 그 감정선의 무게감과 쓸쓸함을 더욱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때로는 한없이 달달하면서도 때로는 가슴을 너무나 먹먹하게 만드는 다양한 매력의 보컬과, 비트박스보다는 좀 더 타악기에 가까운 사운드 퀄리티를 자랑하는 보컬퍼커션의 존재로 인해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컨셉의 밴드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EP앨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음원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인 오티비(O.T.B)의 향후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00의 30짜리 옥탑방에서 시작된 이들의 음악이 노래 제목처럼 하늘을 걸어 세상에 더욱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