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i Says “Work Hard Stay Humble”
언제부턴가 힙합은 허세와 거만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어깨를 더 올리고 욕을 내뱉으며 오만에 절어 있는 모습이 힙합 안에서만큼은 멋이 되었다. 중2병을 장착하고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문화적으로 용인된 거만함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진우, 빌런, 준, 가호에 이어 PLT 멤버 중 마지막으로 앨범을 내놓은 모티(Moti). 정통 래퍼임에도 모티의 행보와 이미지는 기존 래퍼들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전개되어 왔다. 그들처럼 과장된 이미지와 거친 단어들을 뱉어내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만의 음악을 펼쳤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더라도 나는 나만의 길을 가겠다.’라는 모티의 생각은 자신의 첫 번째 미니앨범에 “겸손”이라는 힙합씬이랑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올려놓았다.
모티의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은 “WHSH". ‘열심히 일하고 겸손을 유지하라(Work Hard Stay Humble)’는 문장의 이니셜이다. EP 주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 ‘항상 겸손하라’고 얘기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고 한다. 기존의 래퍼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겸손 하라던 아버지의 얘기와 다르게 사는 자신의 반항심을 자랑하는 넋두리를 늘어놓았을 텐데, 모티의 메시지에는 아버지의 말씀 그대로의 겸손함이 담겼다.
타이틀곡인 ‘GO (FEAT. JUNE)’는 모티가 ‘겸손’을 끄집어내어 자신의 첫 EP를 채우게 된 이유를 짐작케 해준다. ‘Work Hard Stay Humble’이라는 타이틀처럼 열심히 겸손하게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가 담겼기 때문. 자신의 음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음악성과 추구하는 삶을 들려주기 위해 만든 곡이다. 플라네타리움 레코드의 동료 준과 함께 작업했으며 트렌디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복고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격정과 흥겨움을 자연스럽게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길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유분방하게 흔들리는 사운드가 상당히 감각적이며, 예상 못한 후반부의 기타 솔로도 감탄할만하다.
함께 수록된 4곡은 ‘GO (FEAT. JUNE)’에서 보여주는 강렬함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전한다.
첫 트랙 ‘KNOW’는 인간관계에 있어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알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격정과 흥겨움보다는 메시지에 더 힘을 준 진지하고 어두운 곡이다.
두 번째 트랙 ‘WORK N REST’는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로 첫 데뷔하였을 때를 회상하며 만들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던 기억과 시간이 지나면서 나태해졌던 기억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마지막 아웃트로 벌스는 게으름이 화자가 되어 모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담기 위해 비트를 변화시켰다.
네 번째 트랙 ‘FREE THE MIND (FEAT. VILLAIN)’은 PLT 동료 빌런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준과 함께한 ‘GO (FEAT. JUNE)’와 마찬가지로 빌런과 함께하며 모티의 강점이 더 긍정적으로 발휘되었다. 현대인들이 살아오면서 겪는 심리적인 부담과 걱정에 쫓기지 말고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트랙인 ‘겸손’ 역시 앨범 전체에 흐르는 ‘겸손’이라는 톤앤매너를 매조지한다. 모티의 인생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을 담았으며, 겸손함을 잊지 않겠다는 착한 마음도 함께 담았다.
대중의 기대 시선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모습은 뮤지션도 대중도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반증일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뱉어내고 공감의 포인트를 찾아나가는 당당함이 힙합이 음악씬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