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적인 한편의 영화 같고, 여운이 남는 한편의 수묵화 같은 소박하고 서정적인..
박경순 / CINEMA
20세기 미국의 국민 시인으로 꼽히는 마야 안젤루는 “성공은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것,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 말은 곧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고로 성공의 기준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비록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어도 올곧게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음악인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이며,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여기 오늘의 주인공 박경순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1993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싱어송 라이터인데, 정통 포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풍부한 음악성의 소유자다. 그리고, 오랜 경험과 연륜, 음악적 신념에서 나오는 자기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구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서정과 소박한 정서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흥을 불러일으켜준다.
그리고, 그 중 통산 세 번 째 음반이 되는 [시네마]음반은 그의 음악 인생에 하나의 분수령이 되어주는 음반이다. 즉,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 탄탄한 구성과 우아한 편곡, 자연스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는 이전보다 한층 깊고 넓어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목가적인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여운이 길게 남는 한편의 수묵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감상에 젖게 된다.
엘레강스한 피아노와 현의 울림이 인상적인 인트로 곡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과 클래시컬한 기품이 느껴지는 연주곡 ‘Outcast’ 는 음반의 백미.
한편, ‘할아버지 웃음소리’는 벅찬 감흥을 선사하는 박경순 음악의 정점과도 같은 곡. 옛 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또, ‘많은 기억’도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사색적인 노래다.
반면 ‘또 봄이 오려나보다’는 청춘의 숨결이 느껴지는 애틋한 연가이고, ‘하늘을 봐’는 잔잔한 어쿠스틱 선율이 풋풋하고 신선함을 느끼게 해주는 포크 넘버.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세상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나타낸, 말 그대로 아름다운 세상 같은 노래.
이처럼 박경순의 새 음반[시네마]는 25년이 넘는 내공을 가진 장인이 들려주는 삶의 여유와 중용의 미덕을 갖춘 음반이다.
오늘날 너무 일상에 치여 여유를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따뜻하고 아름다운 포크 가요다. 만약 오늘 이 음악을 듣고 있다면 당신은 남이 누리지 못한 행복한가지를 누리고 있는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이헌석 / 음악평론가. 두산백과사전 음악집필위원, 뮤직 코디네이터.
KBS 2 Radio [오늘같은 오후엔 이세준입니다], 교통방송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