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 (HORAN)' [기도 (with Pianist 임주연) - The Piano Project no.1]
위로가 넘쳐나는 시대, 스스로를 위한 한자락 기도
흔히들 ‘창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골방 속에서 외로운 산고 끝에 태어나는 곡들도 있고 밴드가 모인 자리에서 친구들의 수다처럼 탄생하는 곡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그 여정이 간단치 않음은 공통적이다. 음악인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시간들은 동화 속 판타지보다는 지난한 성실함의 과정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때로는 선물같은 곡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임주연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성찰적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 [기도] 또한 그런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을 시기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연주한 피아노 앞에서 [기도]는 탄생했기 때문이다. 임주연의 멜로디와 노랫말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한 호란은 즉각 의기투합하여 함께 [기도]를 녹음했고, 거기에 호란의 오랜 음악 파트너였던 G.Qoo의 믹싱으로 지음(知音)들의 작업은 완성된다.
화장을 지운 맨얼굴같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노래는 서정적인 피아노와 함께 호흡하듯 감정을 중첩하며 절제된 가운데 밀도를 높여간다. 다른 악기들을 배제함으로써 청초한 피아노의 선율은 더욱 귀에 가깝게 다가오고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섬세하게 더해지는 보컬의 감성 또한 오롯이 전달되어, 청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곡의 제목 [기도]는 노랫말의 내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한 노래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여백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위로가 흔해진 세상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끌어올려 줄 응원의 노래를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함께 공감할 슬픔의 목소리를 원할 것이다. 그 속에서 이 노래가, 자신을 마주보며 쓰다듬고 다시 한 번 살아보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일 시간을 내어 주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연작으로 이어질 호란의 피아노 프로젝트의 시작으로서, [기도]가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되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