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Cho & mismatch, [Monologue] 中
비가 또 오기 시작했다.
이 무렵의 비는 습함과 더위를 함께 데려온다. 물론 짜증도 함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까닭에 축축하고 더워도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에어컨조차 돌아가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자니 두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천장에는 바퀴벌레가 사는가 싶기도 했고 빨간색에서 노란색, 초록색으로 색을 바꾸는 것을 보니...
슬슬 미쳐가는구나 싶었다.
옆 집에선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 욕설과 환희, 울음과 폭소가 번갈아가며 들려왔다.
창문은 닫고 취미생활을 즐겨줬으면 좋겠다.
얼마지나지 않아 드라마가 끝이 났는지 ost 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침 옆 집 사람도 화장실을 간듯 했다.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조용히 중얼중얼 거려보았다.
죽기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살다가는 죽는게 아닐까 싶었던걸까.
생일 때 혼자 먹다 남은 케이크는 형체를 잃었고 나도 그렇게 형체를 잃는게 아닐까 싶었다.
항상 죽을 이유와 살아갈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오늘은 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죽기싫다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무슨 부적마냥 종교마냥.
그렇게 몇번이고 되뇌이다보니 드라마 ost도 끝났고 옆 집 사람도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문득 죽기싫다고 말한 내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혹여라도 옆집 사람이 들었을까 무서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일단 이 방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집을 나섰다.
비가 계속 왔다.
젖은 몸을 이끌고 술집에 와보니 시간은 밤 10시. 사람들이 모일 시간이었다.
앉아서 가장 좋아하는 술을 홀짝거렸다. 봄베이 사파이어 진토닉. 비싸긴 한데 그 값어치는 한다.
그러던 와중 옆자리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괴상한 차림의 옷과 신호등 빛깔 머리를 한 것으로 보아하니 음악인-족속들인 것 같다.
옷은 좀벌레가 쑤신 건지 통풍이 매우 잘되게 생겼고, 목에는 철제 사슬을 잔뜩 둘러맨 꼴이 도주 중인 노예같았다.
그들 중 한 명이 음악산업의 부패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대화주제다.
다른 한 명은 비주류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성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말로 고막 속에 노폐물이 쌓이는 듯한 대화주제들이었다.
그들은 나의 시선을 느낀 건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 것인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 팔의 문신을 보더니 같은 동지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름이 올라왔고 구역질이 그 뒤를 따랐다.
당장에라도 입을 닫게 만들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뭘 알겠냐 싶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소음과 논쟁을 뒤로하고 술집을 나왔다.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그 어둡고 축축한 방으로, 그 외로움 속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