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Burn It All]
모두에게는 '기준'과 '선'이 존재한다.
나는 평생을 스스로 그어놓은 그 '빠듯한 선'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적어도 공동체에 유해한 존재는 아니라고,
묘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 '선'이 엉뚱한 곳에 그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인내라는 미덕은 나를 필요한 상황에도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과도한 침묵은 상대방에게 늘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관용이 지나치다보면 위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누군가에게 늘 '가해자'거나 '피해자'였다.
그 억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일시에 터져버렸고,
난 내가 쌓아올린 그 얕은 담장을 넘어 전력으로 도망쳐버렸다.
한참을 달린 뒤에야 난 깨달았다.
'아. 저 작은 울타리 안에서 난 세상을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오만하게 웅크리고 있었구나.'
그날 밤 난 내가 지켜온 그 작은 세상에 불을 질렀다.
선구자인 양 행세할 생각은 없다.
이미 아름다운 울타리를 쌓아올린 이들에게
딱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고.
다만 그 좁고 빠듯한 선이 스스로를 목조르고 있다면,
질식하기 전에 도망치기를.
작은 담장을 뛰어넘기를.
압도적인 세상의 크기를 경험하기를.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늘 솔직하기를.
오늘도 누군가의 작고 낡은 세상이 불태워지기를.
조금은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