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PART. 1
어떻게 켜켜이 묻을 것인가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따뜻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라고 한다면 그건 그 껍질에 유자의 향과 스며든 설탕이 아직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다행이지만 다시 말하면 좀 부족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처음 만들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대부분의 시간은 조금 식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꺼내고 오전에 안쳐놓은 밥을 다시 퍼서 차린 점심상처럼.
매번 새로 한 밥 같은 환대와 사랑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일상의 미지근한 순간에서 약간의 온기라도 더 찾아내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왠지 어떤 좋았던 순간을 떠올릴 때면 지금의 현실이 비루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외려 마음이 시려오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어쩌자고 이렇게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노래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울지 말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좋았던 기억을 차곡차곡 잘 정리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마음속에 잘 보이는 선반에 놓인 몇 가지 기억들은 좋은 습관처럼 나를 돕는다. 아니 꼭 정리하지 않아도 좋다. 그런 기억들은 바로 소환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코트 주머니에 두고 잊은 지폐 몇 장처럼 우연히 손에 잡힌다.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래도 종종 미소짓는 일이 있을 것이다.
‘유자차’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온기를, 그리고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하는 힘이 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이제는 다시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바라건대, 이 노래를 나누었던 모든 분들이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함께 차곡차곡 잘 쌓아가며 언젠가 함께 다시 꺼내 볼 수 있기를.
1. 편지 / Letter
2. 유자차 / Yuja-Ch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