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간 윤종신] 2월호 ‘Long D.’
2020 [월간 윤종신] 2월호 ‘Long D.’는 낮과 밤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어떤 연인의 이야기다. 요즘 한국보다 15시간 느리게 살아가고 있는 ‘이방인’ 윤종신이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가상의 롱디 커플의 상황 속에 담아냈다. 노랫 속 연인은 우리는 다를 거라는 믿음으로 ‘롱디’를 감행했지만, 안타깝게도 어긋난 시차와 생체 리듬이 두 사람을 서서히 떨어뜨려 놓는다. 각자의 일상을 살아내느라 감정은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안부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짧아진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산다는 건 서로 다른 세상을 사는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회사 사람들과 연락하다 보면 우리가 동시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전화기로 서로의 얼굴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니까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고 있죠. 예를 들어서 제가 새벽이면 한국은 한낮이거든요. 저는 굉장히 감성적인 상태에서 통화하는데 저쪽은 한창 분주하게 자기 생활을 하다가 드라이한 상태로 통화하는 거예요. 반대로 제가 드라이할 때는 또 저쪽은 감성적이고요. 정서적인 교류가 쉽지 않아요. 생체 리듬이 다르다 보니 감정의 코드도 다를 수밖에 없고, 대화를 해도 우리가 이어진다는 느낌이 덜하죠. 서로 다른 세상을 사는 거예요.”
윤종신은 최근 이방인 생활을 통해 ‘일상’이 ‘감정’을 이기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외로움과 그리움이 짙어질 거라는 처음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감정이 무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덕분에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감정들을 뒤로 제쳐두게 하기도 한다. 그는 일상에 적응하려는 본능이 마취제처럼 잔감정을 없애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위대한 책이나 영화에서는 언제나 감정과 관념을 예찬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생활이 그보다 더 강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롱디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그럼에도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홀로 싸우는 거니까요. 떠난 사람은 떠난 데서, 남아 있는 사람은 남아 있는 데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거죠. 서로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 어긋나고 멀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데도요. 저는 가사 속 연인이 헤어지더라도 누구를 원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섣불리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처한 환경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까요. 우리의 일상과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우리의 감정이나 정서를 압도하기도 하니까요.”
[2월호 이야기]
“내일을 준비 하는 나,
내일을 살고 있는 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