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 제 마음을 읽어주세요!”, 네이브로의 [전해지지 않는 마음] 발매
영국의 뉴 웨이브 밴드 버글스(Buggles)는 1980년 초반에 발표한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사라지게 했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라디오는 라디오 특유의 감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다.
라디오, 사연, 그리고 DJ와 선곡. 어쩌면 레트로 감성 속에서나 기억되고 있을 듯한 단어들이지만, 트레지스터 라디오에서 스마트폰 앱 라디오로 그 모습을 변했을지언정,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고,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사랑받고 있다.
서론이 길었다. 네이브로의 신곡, [전해지지 않는 마음]은 바로 라디오 DJ에게 보내는 사연을 담아 노래하고 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이름도 모를 누군가에게 반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다시 그 자리를 떠나버렸고, 다시 만나보려고 해도 만날 수 없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애타는 그리움만 키워가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심정으로 라디오 DJ에게 사연을 보낸다는 내용으로, 네이브로 특유의 독특한 소재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와 낭만이 듬뿍 담긴 가사의 매력은 듣는 내내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90년대의 배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주는 향수 외에도, 그때를 연상케 하는 전자 피아노와 벨소리 때문이다. 네이브로는 레트로 감성 짙은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15년 전에 사들인 오래된 키보드를 창고에서 꺼낼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악기들의 구성도 그때를 연상케 하는 과도한 이펙트를 구현시키고, 오래된 드럼 샘플을 찾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다. 90년대를 경험해본 사람에겐 공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로망을 주길 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전해지지 않는 마음]은 대화하듯 저음으로 묵직하게 노래하는 [정원보]와 때로는 진성으로 때로는 가성으로, 감미롭고 젠틀하게 호소하는 [김성한], 그리고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의 메인보컬 [주재우]의 조화는 [전해지지 않는 마음]에서도 잘 표현된다. 이 아름다운 네이브로의 노래를 통해 누군가는 추억에 잠기고, 누군가는 90년대의 대책 없는 낭만을 경험해보길 기대하며, 어느 날 문득, 이 노래가 지금 시대의 라디오 사연을 통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