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만든 키라라의 두 번째 리믹스 앨범 [KM2]
키라라는 이쁘고 강하다. 여러분을 춤을 춘다. 여기까지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늘 나는 여기에 여러분이 몰랐던 하나의 사실을 추가하려 한다. 오해가 있을까 봐 말하자면 의견이나 주장이 아닌 분명한 사실이다. “키라라는, 사랑이다.” 앞으로 키라라의 음반 소개 글을 쓰게 될 이는 꼭 이 사실을 적어 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키라라는 사랑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키라라가 사랑이라는 가장 큰 증거는 여러분이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소개 글을 보며) 지금 듣고 있을 앨범 [KM2]다. [KM2]는 키라라의 두 번째 리믹스 앨범이다. 2017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작업한 11곡의 리믹스를 수록하고 있다. [KM]의 일러스트레이터 김소현과 디자이너 구인회와 다시 작업하며 전과 이어지는 콘셉트를 보여주는 시리즈물이다. 리믹스 앨범은 한국 음반 시장에서 선호되는 포맷은 아니다. 낮은 수익성 때문으로 추측된다. 소문에 의하면 한때 영머시기라는 레이블에서 리믹스 앨범을 자주 냈었는데 그 때문에 대표가 빚을 지고 도피 중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리믹스를 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이지 리믹스는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원곡자는 리믹스할 이에게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과 같은 스템Stem(믹스하기 전 음악의 개별 요소를 모아 놓은 프로젝트)을 넘겨야 한다. 리믹스하는 이는 그를 바탕으로 원곡자의 부끄러움이 헛되지 않도록 원곡의 흔적과 자신의 사운드를 섞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야 한다. 내가 창조라고 했나? 맞다. 리믹스는 창조다. 원작자와 프로듀서와 만나 잉태한 창조물. 어떻게 여기에 사랑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단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키라라는 정말 사랑으로 [KM2]를 만들었다. 키라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된 부분이 있다. ‘키라라가 활동할 수 있는 신Scene이 존재할까?’ 실제로 그런 신은 없었다. 키라라는 아무도 없는 신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음악을 연주하고 만들었다. 실제로 초기 키라라의 라이브는 앉아 음악을 연주했다. 어느 순간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 키라라는 탱고를 추듯 자신이 있는 자리에 하나둘 친구를 모았다. 좋아하는 음악가와 함께 정기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리믹스한 후 공연 때마다 플레이했다. 하나 둘 친구가 생겨나고 친구의 친구가 함께 자리하고, 새로운 친구가 찾아오고. 어느 순간 키라라가 있던 자리는 키라라의 신이라 부를만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앞으로 이를 ‘키라라 러브 월드’라 부르겠다. 음반으로 구현된 키라라 러브 월드의 첫 작품은 2017년 발매된 [KM]이다. 2장의 시디에 총 14곡이 수록된 [KM]은 새벽, 퍼스트 에이드, 커널스트립, 플로팅 아일랜드, .59, 유카리 등 비슷한 시기에 함께 활동한 동료 음악가의 리믹스가 담겨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키라라 러브 월드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다시 공간과 네트워크가 음반으로 엮였다. 바로 [KM2]다. 확장된 키라라 러브 월드에는 다음과 같은 음악가의 리믹스가 실렸다. 슬릭, 아마도이자람밴드, 크랜필드, 허클베리 핀, 천미지,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퓨어킴, 옷옷, 장명선, 실리카겔. [KM]이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교해 힙합, 싸이키델릭 록, 포크, 기타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가 모였다.
여러 장르의 음악가가 참여한 만큼 곡의 사운드 또한 키라라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나 싶을 만큼 새롭고 다양하다. 능수능란하게 트랩과 브레이크비트를 오가는 슬릭의 ‘I LOVE U’로 시작한 앨범은 하나의 앨범처럼 자연스럽게 아마도이자람밴드의 ‘귀뚜라미’로 이어진다. 코넬리우스가 연상되는 미니멀하고 정교한 사운드가 어느새 드릴엔베이스로 이어지며 마무리되는 곡이다. 크랜필드의 ‘이별의 춤’은 키라라의 시그니쳐와 같은 신스와 피아노 사운드의 경쾌한 댄스팝 곡이 됐다. [KM2]는 여러 경로로 한 리믹스를 모은 앨범임에도 기획된 하나의 정규 앨범처럼 유기적이다. 이어지는 허클베리 핀의 ‘쫓기는 너’는 키라라의 기타 사운드를 이용해 만든 루프가 인상적인 키라라 고유의 ‘뿌수는’ 곡. 아마 이쯤이면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천미지의 ‘도피’는 노이즈와 보이스 샘플을 중심으로 8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잊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구성의 곡이다. 다음 곡은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한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We’ll Dance On’. 그의 마지막 앨범 수록곡을 기념하며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의 시작과 지금을 함께 엿볼 수 있는 부분이 감동적이다. 차분한 원곡에 키라라 특유의 섬세한 샘플 커팅과 귀여운 사운드를 섞은 퓨어 킴의 ‘Diamonds’를 지나면 키라라식 포스트-칩튠-펑크라 부르면 좋을 옷옷의 ’START ME UP’이 기다리고 있다. 8비트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연주되는 장명선의 ‘이다음에는’은 슬슬 앨범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시티팝을 섞은 듯한 실리카겔의 ‘낮잠’은 키라라의 손을 거쳐 귀여운 키라라표 일렉트로 댄스 팝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앨범이 마무리되나 싶을 무렵 등장하는 다시 한번 등장하는 ‘이별의 춤’ 라이브 에디트는 키라라가 라이브 때 온갖 버전으로 연주하던 버전 중 하나다. 아직 키라라의 라이브를 보지 않은 이라면 코로나 사태가 끝나 그의 라이브를 볼 수 있길 고대하게 될 것이다.
[KM]이라는 시리즈의 이름은 코넬리우스Cornelius의 CM 시리즈를 향한 오마쥬다. Cornelius Mix의 약자인 CM처럼 키라라도 Kirara Mix의 약자로 KM이란 이름을 지었다. 코넬리우스 외에도 오사와 신이치大澤伸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등 키라라는 자신이 존경하는 음악가를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전보다 능숙하게,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운드로. 요약하면 [KM2]는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으로부터 음악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든 키라라가 사랑하는 음악가의 음악을 사랑으로 다시 탄생시킨, 사랑이 넘치도록 담긴 사랑스러운 앨범이다.
이 글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사랑은 크기, 모양, 부피, 질량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아 얼마든지 주고받고 나눌 수 있다. 이제 키라라가 보여준 사랑에 여러분이 응답할 차례다. 원곡의 팬이라면 키라라의 리믹스를 듣고 공연장에서 어떻게 연주되는지 찾아 주시길. 키라라의 팬이라면 원곡을 찾아 듣고 그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그렇게 키라라 러브 월드는 확장되고 이는 [KM3] [KM4] 언젠가는 [KM100]까지 이어질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사랑으로 바라본다.
-하박국(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