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이야기를 믿나?
사장님께서는 술을 자실 때마다 본인의 기구한 사랑의 이야기를 읊어댔다.
어째서인지 분명 같은 이야기인데도 그 전과는 다른 것들을 곧잘 보태서 지루하진 않았고, 더러 물음표가 돋곤 했다.
그는 가령 지명이라던가 날씨, 시기 같은 것들을 바꾸어 말하며 아는 듯 모르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평소 과묵한 사람이라 나는 그의 이야기가 항상 궁금했다.
막상 입을 열면 재미있는 구석이 있기도 했고.
한 십 년 됐나. 권태기에 놓인 애인과 함께 별다른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를 하다 해가 저물어서 마땅히 주변에 잘 곳도 없었지. 그래서 그냥 근처에 물이 보이길래. 트렁크에 있던 텐트도 치고,
내가 또 보이스카웃 출신이잖아. 반평생 잊었던 불도 지피고, 그때 문득 이 사람에게 청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지 뭐야.
갑자기요?
응, 갑자기.
이 이야기의 말로를 나는 안다.
분명 어떤 낭만 안에서 그는 청혼을 시도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작별의 상세함을 말하지 않고
그는 이미 오래전에 빈 잔을 힘껏 들이켰다.
그때 내 눈앞에 놓인 물이 너무 미웠지. 탓할 게 따로 없어 모든 게 다 그 탓인 것만 같더라구.
그는 옷을 벗지 않고 물에 뛰어든다.
에퉤퉤 저 건너편에 뭍이 보여 강인 줄 알았는데 입에 짠물이 들어온다.
어푸어푸 저 앞에 보이는 뭍까지 그는 헤엄친다.
첨벙이는 두 발 뒤로 님과, 차와, 불을 놔두고
흠뻑 젖은 채로 엉금엉금 울었더란다.
누구에게 닿을 마음은 신선해야해.
신선한 상태로 전해져야해.
그때 이미 나는 오래 전에 그 기회를 이미 놓치고 썩을대로 썩어 냄새만 가득 풍기고 다녔지.
그저 영원과는 먼 수산시장에 눈 시퍼렇게 뜬 고등어마냥.
그래서 그 사람은 나를 떠난 건지도 몰라
출발할 때 그의 표정을 읽었을 때부터. 아니, 그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요
응?
그 이후의 이야기는 한 번도 해주시지 않으셨잖아요
아 그 이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옷을 다 말리고 지금 자네랑 술을 마시러 왔지.
십 년 전이라고 하셨잖아, 참 나.
거창한 얘기를 할 것만 같던 그의 눈에는 싱거운 바다가 일고 있었다.
바다에는 둥둥 마음 파편들이 절여져 유유히 떠다니고,
영원한 것은 없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영원하지 않은 것도 없다고 그들이 말했다.
무릇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시간이나 상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선함을 유지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고 그들이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