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노래를 노래하지 않으리
음악가 한희정의 새 앨범 [양배추즙]
노래가 없다. 입술 소리와 혀를 차는 소리, 숨소리가 있을 뿐이다. 양배추 즙을 마시는 신체의 변화를 형상화라도 하듯 곳곳에 배치한 소리의 향연이 재미있다.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는 혀를 차는 소리와 대조되며, 피아노 아르페지오와 사중주의 선율은 박자 없이 자유롭게 부유하다 어느 순간 만나기도 한다. 한희정은 이 육중주 곡에서 음료를 삼키고 숨을 내뱉음으로써 목소리를 선율이나 박자 이상의 악기로 둔갑시킨다. 현악의 편곡과 피아노 연주는 물론 이번에는 믹스도 직접 하였는데, 소리를 디자인하고 배치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보컬 멜로디와 코드 보이싱 위주의 작법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떠한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만,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노래할 것이고 그 방식의 여러 가능성을 탐구해왔습니다. -한희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