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시끄러운 펑크 악동. 소음발광의 첫 번째 EP [풋]
시끄러우면서도 나긋한 ‘땐스땐스’ 등 5곡 수록
소음발광의 데뷔 EP [풋]
집요한 애정이 마침내 빛을 발하다(發光).
지역의 라이브 클럽과 허름한 레코드점을 조심스럽게 기웃거리던 소년. 비치보이스(Beach Boys)와 라몬즈(Ramones), 버즈콕스(Buzzcocks)를 비롯하여 노브레인, 크라잉넛으로 대표되는 90년대의 조선펑크까지. 무수한 음악들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그들을 동경하던 사춘기를 보낸 수줍음 많은 한 소년은 이윽고 스스로의 광채로 반짝일 준비를 마쳤다.
멋지게 반짝이는 당신은 제가 찾는 것을 가지셨네요.
-소음발광, [왜냐하면 23]
소음발광은 2016년, 강동수(보컬/세컨기타)를 주축으로 부산에서 결성되어, 이후 몇 차례의 멤버 교체를 거쳐 지금의 4인조 구성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이 출범한 지 3년 만에 발표한 데뷔 EP [풋]은 팀의 송라이터인 강동수 본인이 그간 음악에 입은 은혜-다정함 혹은 사랑으로 전위될 수 있는-에 대한 필사적인 보은처럼 느껴진다. 그는 단순히 열성적인 팬보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동경해 마지않는 ‘멋지게 반짝이는 당신’들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디뎠으며, 23살에 만든 자신의 첫 노래를 26살이 되어서야 기어코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결코 녹록지 않았을 시간들을 지나서 이들이 자신들의 빛깔로 ‘반짝’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추동력은 앞선 음악들에게서 받았던 ‘사랑’을 자신들이 선택한 방식으로 성실하게 갚고자-받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다정함’으로 풀어낼 수 있는-함이었을 것이고, 또한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었던 스스로의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런 지독하리만치 집요한 애정의 기운이 앨범 전반에 감돌고 있다.
우 베이비 난 너의 핑크티가 좋아
우 베이비 난 너의 손목뼈가 좋아요
우 베이비 나 고리타분한 게 좋아예
넌 내게 작은 꿈을 줬어
(잠에 들지 못할 만큼 설렐 꿈)
아마 너는 내 표정을 모를 거야
-소음발광, [핑크티]
앞서 상기했던 ‘선배들’의 영향은 앨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답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밌는 점은, 그것들을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는 점이다. 이들은 물려받은 ‘유산’들을 소중히 그러모아 성실하게 전달하는 한편, 자신들만의 빛깔로 자연스럽게 버무려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솔직하고 대담하게 내비쳐 보이진 못했을 것이다. 하나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서 여러 갈래의 또 다른 빛으로 분산되어 뻗어 나가듯, 소음발광이라는 프리즘을 거쳐서 새로운 형태의 빛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들만이 가지는 오리지널리티를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당장 이를테면, 전면에 드러나는 강동수의 보컬이 가지는 ‘한국적’임 이라든지)
뻔뻔스럽게 노골적이거나, 출처 불명의 인스턴트 음악이 극단을 달리는 작금의 국내 인디 씬의 조류 속에서 이런 ‘고리타분’함을 지닌 음악을 마주하는 건 큰 위안이고 기쁨이다.
뛰고 뒹굴고, 춤을 추고
Dance dance dance dance
-소음발광, [땐스땐스]
장황한 설명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스트레이트한 이들의 데뷔 앨범은 솔직하고, 다정하며, 귀엽고, 고리타분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참 괜찮은 빛이 난다. 많은 사랑을 받아 본 이들은 그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법이다. 이들은 음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티가 난다. 경쾌하게 내달리는 쓰리코드 넘버인 ‘왜냐하면 23’을 시작으로, 정오의 따뜻한 기운이 넘치는 양정 거리를 걷다가 어느새 자박자박한 파도가 발목 간지럽히는 송정 모래사장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또다시 어디론가 소란스럽게 달음박질하고야 마는 ‘땐스땐스’까지. 어디로 가더라도 성실하게 나아가리라는 굳은 믿음을 주는 앨범이다. 소음발광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 글을 마친다.
2019. 2월 권동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