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록, 포크, 가스펠, 전자음악을 아름답게 융합시켜낸 모세스 섬니(Moses Sumney)의 신작, [græ]
소울, 포크,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재즈와 인디 록의 접목을 시도해온 모세스 섬니의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 그리고 접근이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중에서도 블랙뮤직의 근간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편이었다. 모세스 섬니 자신은 미국 빌보드(Billboard)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의 음악을 두고 '실험적인 소울 포크'라 지칭하고 있었다. 모세스 섬니는 커리어를 갱신하는 와중 놀라운 노래들을 능숙하게 뽑아내 갔고, 대체로 그 노래들은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서 마치 한줄기 빛처럼 세상 한가운데를 관통해냈다.
모세스 섬니의 창조적 역량을 만끽할 수 있는 순수하고 위대한 서사시 [græ]
걸작 데뷔작 [Aromanticism] 이후 약 2년 반이 흐른 현재 두 번째 정규 앨범 [græ]가 발매됐다. 모세스 섬니의 어떤 야심을 품고 있는 본 작은 두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파트가 2월 21일에, 그리고 두 번째 파트는 5월 15일에 각각 공개됐다.
역동적인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편곡을 통해 웅장함을 느끼게끔 하는 신곡 'Virile'은 마치 도살장에서 촬영된 듯한 비디오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역할을 했다. 심플한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과 다중 코러스가 아름다운 'Polly', 그리고 비디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유쾌한 춤으로 표현해낸 'Cut Me'의 경우엔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의 'Never Catch Me'의 분위기마저 연상된다. 'Me in 20 Years'의 경우 워프(Warp) 소속으로 현재 영화음악을 비롯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를 맞이하여 특유의 신비한 감각을 더욱 증폭시켜내고 있다. 모세스 섬니의 가성은 이 전자 비트와 결합되면서 더욱 신비한 빛을 발하게 된다.
[græ]는 마치 백일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첫 챕터가 격렬하고 자연스런 흐름을 담아냈다면 두 번째 챕터 경우 비교적 정적이며 또한 환상적인 세계관을 유지시켜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따금씩 [Kid A] 시절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영이 연상되곤 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장엄한 내면의 사색이 앨범 내내 이어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