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의도한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즈 어쿠스틱 듀오 ‘혹시몰라’
‘혹시몰라’는 '이강국'(보컬/기타)와 '전영국'(보컬)로 이뤄진 2인조 싱어송라이터 그룹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바탕에 둔 단출한 편성으로 일상적인 감정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노랫말을 담백하면서도 듣는 이에게 잊기 힘든 인상적인 멜로디로 풀어내는 포크 팝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연주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각각 가지고 있는 매력을 따로 또 같이 적절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화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 공연 기획 활동을 하던 두 사람은 2011년 대전사운드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의기투합하게 된 둘은 이후 대전 지역의 거리예술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즐길거리’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이 와중에 혹시 모르는 출연진의 펑크에 대비하기 위해 ‘혹시몰라준비한팀’이라는 공연 유닛을 만들게 되었다. 이처럼 다소 즉흥적으로 시작되긴 했으나, 이후 활동을 통해 서로의 음악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된 그들은 201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음악인인 동시에 기획자로서 척박한 대전의 문화 환경에서 나름의 무브먼트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둘은 공연을 만들더라도 단순한 공연이 아닌 보는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기획을 도입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에 매년 상/하반기에 [뭔가 디퍼런트], [2년 전 약속], [얼굴이나 보죠] 등의 브랜드를 가진 기획 공연을 만들어왔고, 2014년 대전 지역 곳곳의 문화 공간에서 진행한 투어 공연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를 진행했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대전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으로서는 드물게도 매 공연마다 100여명의 고정 관객들을 동원하며 지역 내에서 작지만 단단한 팬덤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러한 공연 활동과 함께 2014년에는 첫 번째 싱글 음반 [It’s Okay]를 발표했다. 동명의 타이틀 곡을 포함하여 모두 세 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비록 기술적인 완성도는 미숙하지만 그럼에도 보컬의 음색과 감각 있는 멜로디가 가진 나름의 비범함을 대전 지역의 팬들로부터 인정받아 CD 500장을 매진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이제 준비는 끝났다”는 마음으로 팀 이름을 ‘혹시몰라’로 바꾼 이들은 붕가붕가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두 번째 싱글 [왈칵]을 발매하는 한편 머지 않은 시점에 발매할 것을 목표로 첫 정규 음반을 준비하는 중이다.
평범하면서 좋은 노래. 이강국과 전영국의 어쿠스틱 듀오 ‘혹시몰라’의 노래는 그래서 비범하다.
첫 인상은 평범했다. 대전에서 처음 그들의 공연을 봤을 때, 그들은 아직 ‘혹시몰라준비한팀’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고, 어딘가 서툴러 보이는 그 이름은 그들의 노래에 대한 호기심을 덜어놓았다. 더욱이 여기저기 너무도 흔한,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노래를 하는 2인조 역시 특별하기 보다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비범함을 느낄 수 있던 것은 공연이 끝난 후였다. 처음 들었을 뿐인 이전에는 그들 노래 몇몇 구절이 지닌 며칠 동안 머릿 속에 맴돌았다. 그들의 선율이 감각적이라는 점, 그리고 노랫말들에 꽤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축축하면서도 건조한, 절절한 듯하다가도 절제되어 있는 전영국의 음색이 이강국이 쌓아올리는 화음과 함께 만들어 냈던 그 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별다른 기교 없이 그저 노랫말과 선율, 그리고 두 사람의 목소리, 이렇게 평범한 요소들만으로 이런 경험을 주는 것은 확실히 평범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지금 이 싱글 [왈칵]을 선보이게 되었다.
‘혹시몰라’에게는 2014년에 자체 제작하여 발매한 [It’s Okay]에 이어 두 번째 싱글이다. 첫 싱글이었던 만큼 여러 장점과 함께 서투르고 풋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 이번의 싱글은 그들 나름의 음악 인생을 판가름 지을 정규 1집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전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갈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밴드 ‘눈뜨고코베인’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최영두를 프로듀서이자 녹음/믹싱 엔지니어로 초빙하여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신경을 쓴 이유도 그러한 까닭이다.
모두 3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곡인 ‘왈칵’이 이별에 따른 노래의 제목에 걸맞는 감정의 격동을 전영국의 목소리가 지닌 특유의 음색으로 절절하게 풀어냈다면, ‘고민만 되네’는 똑같은 이별이라는 소재를 이강국과 전영국 둘이 함께 만들어내는 화음으로 정반대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록된 "It’s Okay part II (천하의 나쁜 놈)"은 지난 싱글의 타이틀곡의 연작 격인 노래로 프로듀서 최영두의 베이스 라인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드러머 '양현모(a.k.a 유미)'의 세션 참여로 만들어진 리듬이 과하지 않게 더하며 싱글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 3곡을 통해서 ‘혹시몰라’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그들이 지닌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미리 얘기해두고 싶다. 싱글에 수록된 곡들은 아무래도 매일 이별하며 살 것 같은 청승맞은 이미지. 하지만 정작 이들의 공연은, 본인들 스스로 노래보다 진행에 너무 치중하다 어느 순간 공연인지 예능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자신들이 염려될 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유머로 가득 차 있고 유쾌하다. 그들의 본거지인 대전에서 흔한 초대 관객 없이도 매 공연마다 매진에 육박할 정도로 나름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비결이다. 이처럼 즐거운 그들의 또 다른 면모는 앞으로의 공연과 머지 않아 발매될 정규 1집에서 충분히 드러날 것이다.
이번 싱글의 발매와 함께 ‘혹시몰라준비한팀’이라는 이름에서 ‘준비한팀’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리고 ‘혹시몰라’로 팀 이름을 정리하는 의지를 보이는 그들은 이제 음악 활동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세상의 수많은 어쿠스틱 듀오 사이에서 그들이 주목 받는 건 쉬운 일은 아닐 테다. 하지만 이미 이전에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어서 결국 다시 음악을 하게 됐다는 토로를 들어보면 그들의 행보가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지속될 것임을 기대하게 만든다.
붕가붕가레코드의 30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작곡 전영국, 편곡은 이강국, 전영국, 최영두. 세션으로 최영두("고민만 되네"의 기타, "It’s Okay Part II"의 베이스), 양현모(‘It’s Okay Part II’의 드럼)이 참여했다. 프로듀서는 최영두, 녹음 및 믹싱도 그가 담당했다. 마스터링은 나잠 수(쑥고개III스튜디오). 커버 디자인은 김기조가 맡았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