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양' [멀리]
'별양' 은 '권선욱', '김수열', '이상규' 로 이뤄진 컴퓨터 음악 트리오다. 얼핏 밤하늘의 별과 북실북실한 양 떠오르지만, 사실은 멤버들의 고향이 과천시 별양동이라 '별양' 이 되었다고 한다. 시카고나 베이루트 같이 도시 이름을 따서 밴드 이름을 짓는 게 멋있다 생각했던 '권선욱' 의 아이디어다. '별양' 의 음악은 거의 신디사이저와 컴퓨터를 가지고 인공적으로 합성한 음원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일렉트로닉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즉 EDM이 강한 비트와 캐치한 멜로디로 듣는 이를 춤추게 하는데 주력하는데 비해, '별양' 의 음악은 잠잠한 비트 위에 촘촘한 사운드의 층을 쌓는데 주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멤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가장 큰 특징을 공연에서 재현 가능한 음악이라 꼽고 있다는 점에서 내성적인 부류의 일렉트로닉 음악들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 따라서 춤을 전혀 출 수 없는 것은 아니고, 혹자에 따라서는 오히려 춤추기 더 좋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밴드 'Achime (아침)' 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권선욱' 특유의 목소리와 정서를 제외하고는 공통분모가 희박하며, 그나마도 대부분의 곡들에 보컬이 없거나 있더라도 다른 보컬리스트의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찾기가 어렵다. 요컨대 둘은 완전히 별개라 생각하는 것이 좋고, 멤버들 역시 일시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이 자체로 확고한 정체를 가진 밴드로 생각하고 있다.
본 싱글 [멀리] 는 지난 5월 발매된 [Farewell / Girls & Boys] 에 이은 '별양' 의 두 번째 작품이다. 타이틀 곡인 "멀리" 는 간결한 구성에 또렷한 선율이 돋보이는 곡으로 밴드 '솔루션스' 의 '나루' 가 감각적인 목소리로 노래의 느낌을 멋지게 표현해내고 있다. 이어 "가족" 은 기복이 뚜렷한 극적인 구성에 '권선욱' 특유의 목소리가 묵직한 은유의 가사와 어우러지며 소리의 층 안으로 침잠하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마지막 곡인 "그 때" 는 본격적인 플로어 지향의 곡으로 연극 배우 '백석광' 의 독백이 의미 불명한 형태로 삽입되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판이하게 느낌이 다른 세 곡은 하나의 완결된 묶음으로서 구성을 갖고 있기 보다는 별양이 가지고 있는 여러 지향점들을 각기 대표하는 것이라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지난 데뷔 싱글이 존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본 싱글은 이제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며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정체성을 다지기 위한 프로토타입의 나열이라고 봐야 할 듯. 그런 면에서 이제 본격적인 진행형의 시제로 돌입할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별양' 은 이번 싱글의 발매와 함께 11월 7일 (토) 이태원 김치싸운드에서 발매 기념 공연을 갖는다. 전방위 프로듀서 '그레이 (Graye)' 와 프리키포크 싱어송라이터 '후쿠시 오요 (Fukushi Oyo)' 의 프로젝트인 '75A' 가 게스트로 출연할 이번 공연은 무료 입장 후 관객들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는 후불제 방식의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는 붕가붕가레코드.
붕가붕가레코드의 21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 / 작곡 및 프로듀스는 '권선욱'. "멀리" 의 보컬은 녹음 '박열' (스튜디오 던바), 나머지 곡들의 녹음, 믹싱, 마스터링은 역시 '권선욱' 이 직접 진행했다. 모든 연주는 '별양' 멤버들의 의해. 커버는 '안근표' 의 작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