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솔 [사랑]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매일이 사라져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
강아솔의 노래를 들으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혼자 앉아서 가만가만 내놓은 속마음을 바람이 담아 내가 있는 곳까지 실어다 준 느낌이 든다. 바람에 실려 온 목소리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말하지 못해서, 혹은 말한 뒤에도 가슴에 남아 혼자 있을 때 중얼거려보는 사랑의 마음이다.
만춘서점 3주년을 기념하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강아솔이 고른 책은 유진목의 아름다운 소설 ‘디스옥타비아’다. ‘디스옥타비아’의 주인공 ‘나’는 스물네 해를 함께 산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 후 바다가 보이는 노인보호소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른 저녁 나란히 앉은 소파에서 그가 졸고 있을 때 나는 그를 거기서 지워보곤 했다. 그러면 한없이 슬픈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잠든 그의 얼굴을 쓸어내렸다.”(p.34)
이번 음반에 수록된 강아솔의 노래들은 ‘디스옥타비아’의 ‘나’가 아직 연인을 상실하기 전, 잠든 연인의 옆에서 나직이 중얼거려 본 마음 같다. (“사랑하는 너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면/ 자꾸만 울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해. / 결국에는 한 사람만 이 세상에 남게 되는 시간이/ 언젠가 찾아오겠지.”-'잠든 너의 모습을 보며') 미래에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노래한다.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매일이 사라져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사라져가는 매일은 우리에게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강아솔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랑을 말한다.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도 노래는 영원할 것을 믿기에(‘dear') 당신이 아직 나의 곁에 있는 애틋한 오늘을 노래에 담는다.
글/ 소설가 이종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