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포니 (cacophony)' [夢 (Dream)]
묘하다. 무척 새로운데 동시에 낯익다. 수많은 선배뮤지션의 이름이 떠오르나 그 누구와도 다르다. 카코포니의 음악은 오래된 미래처럼, 새로운 과거처럼 스며들어온다. 그 아름다움 속에 기꺼이 잠겨보시길. –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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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했다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가슴이 뛰고, 이렇게 아프기도 하고, 이렇게 터질 것 같고, 이렇게 미칠 것 같았으니까요. 다 지나고 나니, 이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을 내 시선에 가두면서 사랑했다고 꿈을 꾸었던 것 뿐입니다.
제가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었던, 사랑한다고 믿었던 꿈들을 이제는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내는 앨범입니다. 동시에 모두 괜찮을 거라는 꿈을 꾸는 앨범입니다. 이별을 통해 나는 오히려 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간에서, 다른 언어로, 다른 나이로. 우연하게 우리에게는 접점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지 않고 뛰어들었으니까요.
이 노래들의 끝에서, 혹은 삶의 끝에서 저는 더 아름다워진 당신들을 환대하고 있겠습니다. 이제서야 제대로 사랑해서 미안해요.
01. 귀환
1번부터 9번 트랙까지는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제 삶속에서 이 과정을 다른 색깔로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온다’라고 1번 트랙의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사와는 다르게 섬뜩한 느낌으로 곡을 표현했습니다.
02. 타히티
‘달과 6펜스’ 책에서 타히티는 이상의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 저는 언제나 당신을 이상적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이 파도처럼 영원하기를 바랬죠. 노을이 지는 분홍색 바다처럼 곡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03. 이 우주는 당신
결국엔 당신이 이 세상의 전부가 됩니다. 당신을 제외하고는 세상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저는 이 감정을 믿고 모든 것을 바쳐 제 자신을 우주로 쏘아 올립니다. 벅찬 이 감정을 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먼 사랑은 추락하고 맙니다.
04. X
완벽함에 균열이 생깁니다. 우리의 완벽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 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05. Believe
우리가 하는 사랑의 행위에는 사랑이 있을까요? 사랑을 찾고 싶지만 나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살기 위해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06. Tu me dis
당신은 내가 있어서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부재에도 그 말로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내가 자신을 죽인다고 말합니다. 나는 구원자에서 살인자로 탈바꿈합니다.
07. 제발
끔찍한 이별 속에서 당신을 증오합니다. 행복했던 만큼 지금 느끼는 감정들은 너무 아픕니다. 차라리 그 환희를 몰랐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08. 온 밤(feat. 유승우)
증오가 가시면 그리움이 남습니다. 당신을 그리니 당신이 찾아온 듯 합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키며 행복을 꿈꾸듯이, 나는 노래를 부르며 당신을 꿈꿉니다. 아름다운 당신이 나를 대신하고 이 밤을 채웁니다.
09. I am sorry
우리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이 모든 고민을 나누기에, 사랑을 속삭이기에 밤은 언제나 짧았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흔들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흔들림에 지쳐버렸습니다. 나는 다시 돌아온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10. Fate
10번부터 12번 트랙은 실패한. 사랑에 대해 꿈을 꾸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완전히 이별했지만, 그렇게 가까웠던 기억이 우리에게 남은 이상, 우리는 서로의 운명을 건드렸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잊고 싶어도 서로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하니까요.
11. 침묵의 노래
나는 그래서 당신을 억지로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이 노래를 만들어 모든 시간의 우리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나이로 사랑할 수 있기를.
12. Parallel world
당신은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죠. “나는 평행세계에서 우리가 예쁘게 사랑하고 있을거라고 믿어.” 인연을 떠나 보낸 모두에게 이 말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