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 Flying Lotus
화려한 피쳐링과 함께한 블록버스터 앨범 [Flamagra]
스티븐 엘리슨(Steven Ellison)가 본명인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는 데뷔 이래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뮤직/힙합 씬의 리더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리에 올라섰다. 일렉트로닉 명문 레이블, 워프 레코즈(Warp Records)를 통해 썬더캣(Thundercat)과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등이 속해 있는 자신의 레이블 브레인피더(Brainfeeder)를 일렉트로닉 뮤직 씬의 가장 혁신적인 레이블로 키워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2008년 본인의 레이블 브레인피더를 설립한 후 경이로운 걸작 데뷔 앨범 [Los Angeles]를 발표하면서 뮤직 씬의 중심에 선다. 이후 플라잉 로터스 특유의 우주적 사운드가 본격적으로 만개한 [Cosmogramma], 프리 재즈 스타일에 집중한 [Until the Quiet Comes], 그리고 그래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You're Dead!]를 통해 약 10여 년간 일렉트로닉 뮤직, 그리고 힙합 씬의 새로운 흐름의 리더로서 놀라운 업적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음악 활동 이외에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걸작 [To Pimp a Butterfly]에 참여한 것은 물론, 꾸준히 함께해 온 썬더캣(Thundercat)의 작품들, 그리고 카마시 워싱턴의 출세작 [The Epic]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2016년도에는 자신의 영화 감독 데뷔작 [Kuso]를 발표하면서 스스로의 영역을 더욱 확장해갔으며, 그 해 내한하여 한국 팬들을 만난다.
[Flamagra]는 플라잉 로터스가 설립한 레이블 브레인피더의 10주년을 맞이하여 공개되는 기념비적인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우주에 관한 상상력을 [Cosmogramma]에서 발현시킨 플라잉 로터스는 불(Flame)에 대한 컨셉을 담은 [Flamagra]로 스스로의 세계관을 연결 짓는다.
앨범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Fire Is Coming'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초특급 게스트인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나레이션으로 전개된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참여한 'More'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뮤직 비디오를 감독하였다. 플라잉 로터스와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과거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인 [Blade Runner Black Out 2022]에서 협력한 바 있으며,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캐롤 앤 튜즈데이(Carole & Tuesday)]에도 음악을 제공하는 등 친분이 깊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썬더캣(Thundercat)의 활약이 눈에 띈다. 막바지의 현란한 베이스 솔로가 두드러지는 'Heroes', 아예 곡의 중심에 위치한 단단한 베이스 라인의 'Post Requisite', 그리고 재즈 풍의 워킹 베이스로 구성된 'Heroes In A Half Shell'과 'Pygmy' 등 썬더캣의 활약은 앨범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카타르시스가 최고조에 달하는 드럼 앤 베이스 스페이스 오페라 'Thank U Malcolm', 'The Climb'의 경우에는 썬더캣의 보컬이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참고로 'Thank U Malcolm'과 ‘Find Your Own Way Home’ 같은 트랙은 얼마 전 작고한 플라잉 로터스의 친구이기도 한 맥 밀러(Mac Miller)에게 헌정하는 트랙이기도 하다.
P-훵크의 제왕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 마치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곡 제목을 연상시키는 'Burning Down The House'에 참여하면서 플라잉 로터스의 우주적 세계관은 더욱 견고해진다.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보컬리스트 유키미 나가노(Yukimi Nagano)의 리틀 드래곤(Little Dragon)이 피쳐링한 'Spontaneous', 이전 작에서도 함께했던 거장 허비 행콕(Herbie Hancock)과 조우한 'Pilgrim Side Eye', 티에라 웩(Tierra Whack)의 목소리가 환각적인 효과를 더하는 'Yellow Belly' 등 세대와 출신성분을 초월하는 다양한 이들이 모여 앨범의 완성도를 극대화해주고 있다.
힙합 듀오 샤바즈 팰리스(Shabazz Palaces)가 피쳐링한 'Actually Virtual', 칠웨이브 아티스트 토로 이 모이(Toro y Moi)와 서로의 중간지점을 확인하고 있는 현기증 나는 '9 Carrots', 무엇보다 솔란지(Solange)가 참여한 낮고 장엄한 'Land Of Honey'는 확실히 그가 영화음악에 경도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유려하고 섬세한 사운드가 강해지면서 [Flamagra]는 플라잉 로터스의 전작들에 비해 많은 음악 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함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샘플링과 화려한 게스트 아티스트의 적절한 배치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사운드는 점차 열기를 더해간다. 이전 작들이 난해한 프리 재즈에 기인했다면 이번 앨범은 앱스트랙 힙합의 계보를 이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그의 블랙 아메리칸 뮤직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첨단 테크놀로지와 과거의 노스탤지아의 요소가 맞물리면서 더 깊고 웅장한 우주로 확장되어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