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단의 어쿠스틱플러스원 vol 10, '서시' 곡 설명
2017년 12월 30일 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바쳐....
2016년 시작한 정단의 어쿠스틱플러스원 시리즈가 10번째 곡을 맞이합니다. 10번째 곡은 그 유명한 윤동주 시인의 '서시' 에 붙인 곡입니다. 올해 12월 30일은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입니다. 크든 작든 그분을 추모하는 여러 형태의 전시나 작품 들이 발표되는데 그 중 하나가 제 작품입니다. 알려진 바 대로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맨 앞에 나오는 제목 없는 시가 후세 사람들에 의해 '서시' 가 되었습니다.
서시에 선율을 붙여 발표된 곡들 중 최근까지 크게 주목받은 노래가 없다는 점을 보면 시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난 부분도 있지만 시가 말하는 처절함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식민지로 어두웠던 시대와 지금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후손들의 빈약한 역사의식도 자리하고 있을 테고요. 어찌 되었든 요즘 음원시장에서는 진중하고 묵직한 주제보다는 가볍고 편안한 주제들의 음악들이 더 각광을 받는 분위기도 작용할 것입니다.
지인 중에 어떤 할머니가 노래하는 서시를 들려줬는데 특별할 정도의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연을 들으니 평소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는 어머니께서 고교시절 아들이 작곡한 곡이 세상에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들의 곡에 서시를 붙여 불렀고 이를 녹음한 버전이라고 하더군요. 어머니께서는 여러 형편상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들린 것 같아요. 사연을 듣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그 어머니의 최초 가이드 녹음을 그대로 녹음 작업에 활용했습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부활1집 시절 김태원형의 기타 스승이기고 했고, 외인부대에서 임재범형이 부른 쥴리를 작곡한 기타리스트 '이지웅' 형의 내공 있는 기타 사운드를 얻기 위해 양평에 위치한 이지웅형의 작업실에 직접 찾아가서 녹음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웅이형의 기타는 정말 독특한 장인의 맛이 느껴집니다. 오래된 Fender 기타와 무게가 30키로그램에 육박하는 5D 기타엠프의 소리도 일품이었고요. 소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는 그런 연주가 인정받는 대중음악계의 분위기가 최근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실종된 것이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타의 손맛과 배음들의 자연스러운 울림이 음악에 꼭 필요한데 말이죠. 아무튼 지웅이형과 그런 부분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윤동주의 시를 오늘 우리가 얼마나 온전히 해석하는지를 생각하면 저는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피끓는 의지와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안타까운 절규를 단순한 '멋진 글솜씨', 또는 '미사여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시대는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던" 그 때와 닮아있지 않을까요? TV등 미디어에서 히히덕 거리는 예능이나 드라마에 익숙하다 보니 우리는 지금 시대의 아픔과 묵직함을 외면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는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스산하게 첫눈이 내리는 날 새벽 눈을 맞으며 이 곡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처절하게 시대의 아픔과 지식인의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시인의 뜻을 기리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서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