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단' [쓸쓸한가요 Vol.2]
2018년 3월 봄 어느 날, 이제는 음악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가 있던 백주원형에게 뜬금없는 전화가 왔습니다. “내 노래 중 하나가 정단 너한테 어울릴 거 같은데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악보랑 보내줄 테니 한번 해봐!” “무슨 노래죠 형?” “무슨 노래긴. 추억의 노래지 ^^!” “.......” 녹음파일을 받자 마자 바로 그날 편곡을 끝냈습니다.
1999년은 홍대 인디씬에서 제가 활동하던 Rock Band ‘Hush’ 가 해체되고 혼자 음악활동을 하던 때입니다. 미술학원에서 입시생 지도로만 돈을 벌던 저는 돈도 더 벌고 새로운 음악적 경험도 쌓을 겸 경희대 근처에 있던 통기타 라이브 업소를 불쑥 찾아갔습니다. 300만원이 넘는 마틴기타를 5천원짜리 기타가방에 매고 말이죠. 대전에서 올라와 서울 경기 일대 라이브 업소에서 통기타 연주와 노래를 하던 백주원형을 만난 곳도 그 곳이었습니다. 이미 반주기가 그런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대세가 되어버린 것도 그 때 알았죠. 밴드 형태로만 공연을 하던 저는 반주기를 틀어 놓고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이 영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기타 반주만을 고집하던 백주원형과 친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우리는 경희대 앞 옥탑방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밤새 치며 술을 퍼 마시기도 했죠. ‘사랑일기’, ‘매일 그대와’ 같은 가요는 물론이고 ‘You've got a friend’, ‘Tears in Heaven’, ‘Vincent’ 등 통기타 가수들의 필수 팝 레파토리를 같이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거의 배우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때 자작곡이라며 들려준 백주원형의 노래를 이제 ‘정단’ 의 ‘쓸쓸한가요’ 시리즈 두 번째 곡으로 세상에 내 놓습니다.
어릴 적 눈 오는 날, 짝사랑하던 소녀의 집 앞을 지날 때의 설레던 그 길, 그 하얀 길은 봄이 되면 복숭아꽃잎으로 또 하얗게 변하죠. ‘소년, 겨울 그리고 봄’ 은 아직 소년의 감성을 간직한 어른의 소중한 짝사랑의 추억을 노래한 곡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좋은 곡을 선물해 준 백주원형, 기꺼이 연주해 준 고중원, 정장민, 박동일, 조재범 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8년 겨울의 문턱에 정단 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