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여성의 에너지로 가득찬,자유롭지만 탄탄한
4인조 싸이키델릭펑크록 밴드 Ego Function Error(에고펑션에러)의 정규2집 <EGO FUN SHOW>
2015년 첫 정규에 이어 3년만에 내놓는 새로운 정규 앨범
11트랙으로 이루어진,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마음 놓고 풀어내
에고펑션에러(Ego Function Error)의 음악에는 메시지가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런 음악을 만들고 이런 노랫말을 쓰게 하였는지 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다보면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때로는 어스름히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생각에 잠기어,때로는 여러가지 외부적 편견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다 때려치우고 싶은 날에.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우리네 일상 그 어느 곳에 스미어도 이상하지 않은 트랙들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에고펑션에러(Ego Function Error)는 기타리스트인 ‘김꾹꾹’을 중심으로 보컬리스트‘김민정’, 베이시스트 ‘이승현’, 드러머’곽노자’로 이루어진 4인조 록 밴드다.이들은 스스로를 싸이키델릭펑크록 밴드라고 규정한다.음악적 색깔에서 싸이키델릭 록의 작법을,메시지와 표현법에서 펑크 록의 솔직함과 거침없음을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활용하여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소화해낸다.지난 2015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이후 EP 앨범 발매, 해외 투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밴드의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들의 음악적 자아에는 기능적 오류가 있는 듯 하다.물론 긍정적인 의미의 오류이다.아티스트가 작업을 해 나갈 때에 간혹 빠질 수 있는 장르적 클리셰나 매너리즘을 이들에게선 찾아 볼 수 없다.스스로를 규정지을 때 활용하는 싸이키델릭과 펑크록이라는 장르적 갈래는 단지 편의상의 구분이라고 말하는 듯, 누구보다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반면에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꾹꾹의 완벽함에 대한 추구는 그 자유로움을 산만함으로 이어지지 않게 결속한다.카랑카랑하게 날을 세우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담담하게 노랫말을 읊조리기도 하는 김민정의 보컬,리듬파트를 버라이어티하지만 탄탄하게 채워내는 이승현과 곽노자의 베이스&드럼은 프로듀서의 이러한 추상을 구체의 세계로 옮겨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들의 정규2집 <EGO FUN SHOW>는 그러한 멤버들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써내려 가 비로소 꺼내놓은 일기장이다..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며 실제 이들의 라이브 셋 리스트의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에고펑쇼’는 일기장의 겉표지처럼 듣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낸다. 60-70년대의 빈티지한기타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리프에 반복되는 보컬멜로디가 인상적이다.이어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 트랙인 ‘Lazy Cat’은 에고펑션에러의 기발함을 한껏 드러내는 트랙이다.곡을 전개하는 시선을 반려묘와 인간의 시선으로 분리시켜 각자의 고민과 나른함을 토로한다.초 단위로 움직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 심정적 부유(浮遊)'와 나른함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동시에, 시간에 치이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치이다보면 절실히 원하게 되는 것들이 되기도 한다.이러한 부분을 노랫말과 음악으로 잘 풀어낸 트랙이다.‘잔다리보행기’는 이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홍대를 걸어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시선의 흐름대로 풀어낸 곡이다. (잔다리는 서교,동교동의 옛 지명이다) 화려한 베이스라인과 통통 튀는 김민정의 보컬이 화창한 날 좋아하는 동네를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소녀의 시선을 선명히 그려낸다.
‘단속사회'는 앞선 곡과는 달리 약간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관습적으로 굳어진 성 역할에 대한 편견과 주객이 전도된 채 정답인 양 만연해 있는 도덕관념에 대한 도전 그 자체이다.조소 섞인 노랫말과 비트감 있는 드럼 플레이로 이들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함이 느껴진다.이들의 저항은 조금 더 차분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기분’이라는 곡으로 이어진다.‘단속사회’가 차별을 일삼는 대상에 대해 장난기 섞인 조롱과 청개구리 같은 반항이라면, ‘기분’은 보다 관조적이며 진지하다. 오랜기간 참고 참아왔던 불만에 대해 담담히 말을 꺼내다가 울컥해져서 폭발해버리는 듯한 곡의 구성이 듣는 이로 하여금 메시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한참동안을 쏟아 붓던 이들은 ‘말괄량이 가시나’,’난 모른다오’,’참다랑어’세 트랙으로 잠시 한 숨을 고른다.어린시절을 회상하는 하는 듯한 가사와 친숙한 리듬의 ‘말괄량이 가시나’/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현실에서 오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 대놓고 무시해버리자는 ‘난 모른다오’/참다랑어 찬가 그 자체 ‘참다랑어’이 세 트랙에서 짐짓 너무 무거워 질 수 있던 분위기를 이들 답게 보기 좋게 한 판으로 메쳐버린다.
이어지는 ‘Psychedelic Love’ 는 기타리스트 김꾹꾹이 꽤나 오래전에 만들어 둔 곡을 다시 다듬은 트랙이라고 한다.빈티지한 기타의 톤과 리프 위에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것들을 생경하게 표현해 낸 독특한 가사가 두드러진 특징이다.정신없이 치닫던 이 앨범의 끝자락에 ‘비로소,별’이라는 서정이 자리하며 또 한번 구성상의 낙차를 만들어 낸다.지난 사랑에 대한 추억과 아직은 남아 있는 아쉬움,허전함 등을 흐린 창 밖으로 보이는 별 하나에 투영하여 나지막히 속삭이는 이 트랙은 그 간의 에고펑션에러의 음악 스타일과 다소 다를 수 있으나 이 역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오류 중 하나일 뿐이다. 마지막 트랙인 ‘바보들의 왕’은 스마트한 세상 속 나만 바보인가 하고 좌절할 지도 모르는 세상 모든 바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아의 손길과도 같은 노랫말이 눈길을 끄는 곡이다.앨범이 끝나는 아쉬운 마음을 이들만의 유쾌한 화법으로 위로해주며 웃으며 안녕하는 듯하다.
에고펑션에러는변함없이 목소리를 내어 왔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거창하거나 이들만의 세계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듣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어떤 길이 바른 길인지,어느 길이 멋있고 재미있는 길인지 함께 고민해 갈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