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The Guitar King]
옛 유행은 먼 길을 돌아, 그리운 자리로 새삼스럽게 돌아온다. 몇 년 전부터 패션과 생활양식부터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복고는 꾸준히 자기 자리를 만들어왔다. 일상의 순간순간 스마트한 이웃들을 따라가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먹이 삼아 새삼스럽게, 그리고 능청스럽게. 그리고 우리는 더욱 더 새로운 복고에 목말라하는 아이러니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지상파 오디션 상위 랭커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화제성이나 테크닉보다는 감성과 음악성 쪽으로 초점이 옮겨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스트레스 적은 아날로그를 짝사랑하되, 새로워지고자 하는 욕구도 버리지 못하는 두 얼굴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타고 통기타는 스멀스멀 다시 청년들의 유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쿠스틱기타 연주 경연대회 "기타킹" 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기획되었다.
"기타킹" 의 진짜 가치는 복고의 재현을 넘어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성장에 있다. 가장 두터운 참가 연령층인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청년들. 대회의 회차가 쌓이면서 전년도 참가자들이 재도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고무적인 것은 부쩍 늘어난 그들의 실력 뒤로 꾸준히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들고 오는 음악 역시 고전부터 참신한 창작곡까지 그 폭이 무척 넓었으며, 특히 자작곡의 비중이 높았다. 카피곡보다는 자작곡에 점수를 더 주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중요한 건 그런 고민 끝에 세상에 나온 자작곡의 질이 관객과 심사위원들을 납득시킬만큼 훌륭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은 올해 기타킹 대회에서 수상한 수상자들의 연주를 담았다. 2015 기타킹 '황지욱' (마산, 22세), 은상을 차지한 '김영소' (광주, 15세), 동상 '차평은' (동해, 19세), 심사위원상 '장준영' (김포, 20세) 군의 연주 곡을 담았다. '황지욱' 군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잘 표현해내는 작, 편곡과 넓은 스펙트럼의 연주로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김영소' 군은 타고난 센스와 리듬감으로 나이에 맞지 않는 여유로움을 보여 관객을 놀라게 했다. '차평은' 군의 곡은 천진난만한 성격과는 달리, 음악에 대한 진중한 자세로 마지막 10대를 보내고 있는 고3학생의 순수한 감성이 묻어있으며, '장준영' 군은 기타킹 4회 연속 도전자답게, 안정감 있는 연주와 작곡 실력으로 그동안 성실히 쌓아온 내공을 보여주었다.
한풀 꺾인 기타 열풍, 그리고 오디션 열풍 속에서 많은 고민을 안고 시작된 대회였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던 무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고민 끝에 만난 네 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을 이제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무사히 대회를 마치고, 양질의 음원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예선과 본선의 박주원, 성우진, 조필성, 홍세존, 박완규, 이상미 씨와 결선의 김태원, 엄인호, 함춘호 씨 등 날카로운 심사와 더불어 후배 뮤지션들을 향한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은 심사위원 분들에게, 그리고 이 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2015 기타킹 심사 위원: 엄인호, 김태원, 함춘호, 홍세존, 박주원, 성우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