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편안한 노래
2018년 가을 정규 2집 [Aliens]를 통해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인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발매와 함께 진행한 단독공연 ‘Grand Sultan Night 2018’에서 Yes24 라이브홀을 가득 메운 1500명의 관객들을 명불허전의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압도하며 한국에 현존하는 최강의 라이브 밴드 중 하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 후로 6개월이 지난 지금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새로운 EP [Easy Listening For Love]로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술탄스러운’ 이미지라 하면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와 폭발적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는 그들의 최대 강점이자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술탄이 가지고 있는 ‘이지(easy)한’ 면모들을 놓치게 만들기도 하였다.
여기서 자연스레 술탄은 그들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게 되었고 술탄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보다 편안한 스타일의 음악을 본 EP에 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빠른 템포의 춤추기 좋은 음악이라는 술탄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2집에서도 몇 곡에서 선보였던 시도를 이번에 본격화했다. 모호한 구성을 없애고 단순한 형태로 곡을 구성하면서도 무엇보다 ‘이지’한 템포를 도입하여 힘을 뺐다. 그 결과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었다.
이러한 음악과 더불어 ‘Easy Listening For Love’(사랑을 위한 듣기 편한 노래)라는 앨범명,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한 남성이 친근하게 손을 뻗고 있는 앨범 이미지, 이 모든 게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느낌이 바로 이번 앨범에서 술탄이 지향하고 있는 바다.
술탄의 이런 지향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곡은 바로 타이틀 곡 ‘Shining Road’. 그들의 노래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 할 수 있는 이 곡은 사랑하는 이와 따스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이는 봄과 여름의 경계에 있는 이 시점에 맞는 계절감을 선사한다.
보컬의 훌륭한 완급 조절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Sneakin’ Into Your Heart’는 2집의 ‘어쩐지’에서 선보인바 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스타일의 곡으로 빠르지 않은 템포로도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만든다.
꽉 막힌 답답한 도로위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 ‘내부순환’과 답답한 사랑의 감정을 독특한 단어로 표현한 ‘면역’에서는 단순한 곡의 구성에 힙합에서 배운 한국말을 이용한 견고한 라임과 리듬 배열을 더하여 가사를 듣기 편하게 만들었다.
어느덧 활동 10년차에 이른 밴드 혹은 뮤지션이 스스로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이를 위해 고수해왔던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본 EP는 듣는 이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뺀, 그러기 위해 많은 음악적인 고심이 배어있는 앨범이다
술탄은 EP 발매와 더불어 봄부터 여름까지 각종 페스티벌 무대를 예정하고 있다. 폭발적인 퍼포먼스와 더불어 이번 앨범에 담은 이지한 면모들까지 무대위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41번째 작품. 작사/작곡/편곡 나잠 수.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자체적으로 녹음 프로덕션을 진행하였고 믹싱/마스터링은 나잠 수가 맡았다. 미국의 60~70년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복고적인 커버는 나잠 수가 직접 작업하였다. 타이틀 곡 ‘Shininig Road’의 뮤직비디오는 통배권 (feat. 뱃사공)의 뮤직비디오에서 함께 한 바 있는 나인이스트(NiNEist)가 맡았다.
글 / 박상민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