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렉트로닉 댄스뮤직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라이크 라익스, EP 앨범 [LAID BACK DREAMING] 11/20 일 발매
전 세계가 EDM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형 클럽과 작은 라운지를 막론하고 거대한 빌드업과 거친 베이스가 터져 나오는 초대형 페스티벌 튠을 즐기고 있다. 아마도 이 장르 특유의 강한 사운드와 훅이 록 팬이나 신선한 장르를 찾던 다른 계열 음악 팬들을 매료시켜 지금의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어쨌든 EDM의 미학은 '폭발'에 있다. 터지는 순간의 짜릿함과 즐거움이다. 하지만 하우스 음악이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초기의 파이오니어들은 흘러간 옛 디스코 튠들에서 보석 같은 부분들을 뽑아 당시의 대세였던 유럽의 일렉트로닉 디스코와 엮어보기 시작했다. 펑키한 그루브가 우선이었고 보컬 샘플들을 이리저리 쪼개고 변형해 이어 붙이기를 좋아했다. 하우스의 미학은 꼭 터지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펑키한 그루브와 전자적 몽환이 공존하는 아름답고 신나는 음악이다.
하우스의 이런 매력을 보여주는 팀이 한국에도 나왔다. 텔레파시의 보컬이었던 최석,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해온 이토요가 뭉친 라이크, 라익스(Like, Likes)다. 펑크 밴드 게토밤즈 출신인 최석은 텔레파시에선 그나마 '밴드' 형태를 유지하다가 이번엔 완전히 전자음악적 방식으로 돌아섰다. 다소 록적이었던 음악도 이번엔 훨씬 본격적으로 하우스다. 꼭 하우스 전통에만 투신한 것도 아니다. UK 개러지와 최근의 트랩 열풍까지 반영한 다양한 색깔을 펼쳐놓았다. 주류의 EDM 유행을 벗어나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댄스 문화를 깊이 파고들어 심취한 결과물이다. 영국은 하우스와 테크노를 받아들여 드럼 앤 베이스로 발전시키고 이를 다시 개러지와 덥스텝으로 만들어낸, 세계 제1의 창의적 댄스 음악 강국이다. 라이크 라익스는 특히 지난 세기말에 일어난 개러지 열풍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첫 곡 "Magical Thinking Meditation"을 듣자마자 최석이 록 밴드 리더였단 사실은 까맣게 잊게 될 것이다. 딥한 언더그라운드 하우스 사운드를 마치 전자음악에만 평생 투신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뽑아내고 있다. 피치가 조정되고 잘려진 보컬 샘플들이 좌우를 날아다니며 구성하는 리듬 훅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소울풀한 색채 위로 펼쳐지는 몽롱하고 도회적인 느낌, 그 아래를 무겁고 어둡게 흐르고 있는 개러지 특유의 베이스라인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음악이 뽑아져 나오고 있으니 이젠 우리 아티스트들을 굳이 '로컬'이라 구분지어 명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Voided Love"는 라이크 라익스의 UK 개러지적인 특징을 가장 장 보여주는 곡이다. 정글과 하우스의 중간 형태를 보여주는 베이스라인과 드럼 비트, 보컬 샘플을 조각내 활용하는 기교, 도시적 낭만과 쓸쓸함이 한데 섞인 세련된 도회성까지. "Poetic Freaks"와 "On & On"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개러지 특유의 베이스라인을 정말 잘 구현했다. 사운드, 멜로디, 리듬감,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플로어용과 감상용의 사이를 오가는 아름다운 신시사이저 연주들도 훌륭하다.
알앤비 보컬리스트 리비(Livii)가 참여한 "Erase U, XxX"는 앨범의 전체적 패턴을 살짝 벗어난 반전과 다양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같은 베이스 계열이지만 완전히 성향이 다른 트랩(Trap)적인 비트를 선보인다. 원래 이 장르의 음악은 대개 공격적이지만 "Erase U, XxX"는 몽롱함과 침잠하는 무드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칫칫거리는 찰진 리듬 위로 가만히 눈을 감고 싶은 아름다운 웅얼거림이 부유한다. [Laid Back Dreaming]은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세계적인 수준을 말해주는 앨범이다. 이 정도면 비트포트에서도 승부가 가능하겠다. 또한 [Laid Back Dreaming]은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다양성을 말해주는 앨범이기도하다. 클럽에서 주로 나오는 일렉,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벗어나 비주류 지향이지만 개성이 강한 언더그라운드 하우스를 들려준다. 아직 EDM조차 제대로 대중화됐다고 볼 수 없는 한국에서 이런 앨범들이 속속 발매되고 있다는 건 뮤지션 개인의 열정과 재능으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노력, 시도, 능력에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Laid Back Dreaming] 앨범은 2013년 11월 20일 음원사이트를 통하여 유통되며,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무대로 관객을 찾아갈 준비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