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크루 ‘서교동의 밤’의 새 싱글 [Hug You (feat. 다원)]
‘가을’에게 인내심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강렬한 ‘여름’ 뒤 짧게 얼굴을 비춘 뒤, 한 손에 ‘봄’을 잡고 둘은 그렇게 도망가버리기 일쑤다. 가을이다 싶어서 남들처럼 책 한 권이라도 손에 들려고 하면 손끝이 시려서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어쩌다가 우리에게 가을은 이렇게 짧아져 버린 걸까? 그렇다 해도 ‘서교동의 밤’에게는 이 좋은 감성의 틈새가 트렌치코트처럼 자연스레 다가오는가 보다.
가을이 가기 전에 새롭게 선보인 이번 곡 [Hug You]는 결코 수줍은 감성을 지니지 않았다. 8분의 6박의 그루브와 일렉트릭 소울 악기 편성으로 현재 북미의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준다. [Hug You]는 그에게 눈을 맞추며 다가가는 솔직한 고백의 노래이다. 그는 나를 낫게 하고 그의 목소리는 내게 무엇보다도 좋다. 그래서 난 그의 시선을 받길 원하고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 함께 눈을 감고 느끼는 사람, 내가 안아줄 수 있게 기대기만 하면 되는 사람, 그는 내 사랑(My Love)이다. 너를 너무 좋아하니 지금 이리로 오라고 숨김없이 뇌쇄적으로 말한다. ‘다원’의 한껏 성숙하고 여유 있는 표현법은 감춤 없이 직접적으로 속삭이는 연인의 비밀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을의 연인들에게, 혹은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이를 감싸는 움직이는 패드와 신비로운 FX의 사운드는 점점 좁아지는 통로를 따라 한 곳으로 수렴되어 어쩔 수 없이 끌려가 도착해버린 특별한 감정의 목적지에 닿게 한다. 그곳은 마지막 가사에서 나오는 ‘피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혹시 이런 곡 안에 반전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가사와 달리 곡의 분위기는 늦가을 바람보다 쓸쓸하고, 이룬 것 하나 없이 뛰어다닌 하루만큼 허무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어쩌면 사실 이루지 못한 소원함을 간절한 바람으로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와의 시선도 입맞춤도, 그리고 허그(Hug)까지.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외로운 상상으로 이루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노랫말을 다시 들어보면 다원의 목소리는 더욱 애절하게 들리고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추억과 상상,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행여 답을 내릴 수 없다 해도 그들의 가사처럼 서교동의 밤이 이미 누군가를 안아주고 있는 중임에는 틀림없다. 이 음악으로 당신을 안아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누구든 그들에게 기대도 좋다.
To hug yo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