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지나며 쌓인 4개의 레퀴엠,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2개의 곡이 묶인 part 1 앨범, '보엠'의 [집으로 가자]
세월호 당시 타국에 있던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그 때는 한국에서 활동해 본 적도 없던 타국의 나홀로 방구석 뮤지션이었지만 어쨌든 혼자 끙끙대며 음원을 냈었지요. [Requiem] 이라는 곡이었습니다. 1주기에는 한국에 돌아와 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좋은 사람은 못되는데 어른이라고 무언갈 말해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지요. 4월이 되고, 가르치는 아이들과 세월호의 아이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세월호에는 저와 같은 기간제 선생님들도 계셨었지요. 당신은 어떤 어른이냐고 아이들의 맑은 눈빛은 자꾸 내게 물었습니다. 아주 괴로웠지요. 1주기 날, 저는 음악실에서 노래를 하나 만들어 아이들에게 불러 주었습니다. 1절은 세월호 아이들에게, 2절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노래. "오늘도 아이들은"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2주기 2016년. 잔혹한 시간, 끝나지 않는 터널같은 날들은 참 징글맞았습니다. 오래 묵은 체증처럼 한숨과 체념과 자조가 제 속에 넘쳤습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바하의 마태 수난곡을 떠올리며 [Pieta] 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3주기. 이번 해에도 곡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그런데 인양이 되던 날, 미수습자 학생의 어머니께서 "이제 우리 딸도 집으로 가야지요." 하시던 말이 맴돌더니 그 날 밤 노래가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집으로 가자]. 이 작은 노래에 '하이미스터메모리' 님은 목소리를 얹어주셨고 '레인보우99' 님은 전체 믹싱과 마스터링을 도와주셨습니다. 제 방에 조용히 쌓여있던 4개의 추모곡은 이 두 분의 도움으로 이제 두 곡씩 묶여져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 첫번째 파트입니다. 3년의 겨울을 지나온 우리에게도 봄이 오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