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을 [뽀삐송]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영원을 약속했던 애인이 딸랑 문자 한 통 보내어 이별을 고할 때.. 남들은 승승장구하는데 나만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을 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잊을만하면 나타나 나를 괴롭히는 무수한 사건사고들... 세상이 나를 외면하는 것 같은 깊은 좌절감에 애꿎은 머리통을 찧어댄 적이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세상과 사람에 치이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나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조차 흐릿한 그런 날이면, 목구멍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불쑥 올라오곤 했다. '난 누규, 여긴 어디..??' 슬픔과 좌절감에 절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내 다리에 매달리는 ‘뽀삐’.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구나 싶었던 그 때, 하루 종일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뽀삐' 가 있었다. 아직 나는, 더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충분했다.
어느 날부턴가 우리가족이 된 강아지 '뽀삐'.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곤 으르렁대고, 제 덩치보다 다섯 배는 더 큰 곰 인형과 레슬링하며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뽀삐야~" 하고 부르면 달려와선 까만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천연덕스럽게 내 입술을 훔치고, 내가 누워있을 땐 슬그머니 다가와 내 팔을 베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하는 뽀삐. 이런 뽀삐를 보고 있노라면 재밌어서 한 번 웃고, 어이없어 두 번 웃고, 기막혀서 세 번 웃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금 전까지 골머리를 앓게 했던 근심과 걱정들은 어느새 자리를 감춘다. 그렇게 뽀삐는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살이에 지쳐가는 내게 은근한 위로가 되어준다.
박가을의 8번째 싱글 "뽀삐송"은 언제나 곁에서 말없이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 에 대한 이야기이자, '반려견' 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은 노래이다. 또한 실제로 가수 박가을의 애견이기도 한 갈색 푸들 '뽀삐' 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뽀삐송"에서는 박가을과 함께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 여자 가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특히 눈에 띈다. 싱어송라이터 김호윤의 순수하고 깨끗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정리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으로 뽀삐와 호흡을 맞춘 그녀의 미소는 풋풋한 봄의 싱그러움을 대신 보여주는 것 같다.
박가을 앨범의 알짜배기 곡들을 연주 해온 오드(ode)의 키타리스트 박신원은 "뽀삐송"에서 왈츠풍의 아름다운 어쿠스틱 키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박가을의 인트로 키타연주 8마디를 모티브로 노래 전체에 호흡을 불어넣고 있다. 최소한의 어쿠스틱 악기로 귀를 편하게 해줄 "뽀삐송"은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봄바람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속에 작은 쉼터 역할을 할 것이다. 어쩌면 촌스런 강아지 이름의 '뽀삐'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서 팍팍한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작은 울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